김영삼대통령이 27일 확대경제장관회의까지 주재하면서 뒤늦게나마 금융및
증권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을 내각에 주문한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최고통치권자로서 우려할 정도로 악화되었음을 반증한다.

김대통령이 전 경제부처장관들을 소집, 경제현안을 보고받은 것은 지난
3월말이후 약 7개월만의 일이다.

지난 9월 영종도에서 열렸던 확대경제장관회의는 21세기 국가과제 브리핑을
위한 자리였을 뿐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던 만큼 이날의 모임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김대통령이 모처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연 배경에는 임기말을 앞두고
무엇보다도 정치 경제 등 국정전반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김대통령의 강부총리에 대한 불만과 질책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들어 청와대는 물론 재경원의 일부관계자들조차 강부총리가 경제원론
에만 매달린채 적절한 시점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기아사태에 관한
불개입 입장도 번복, 정부 스스로 대국민 신뢰도를 추락시켰다고 조심스럽게
비판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이런 분위기속에서 열린 만큼 경제계의 높은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확대 경제장관 회의가 열린 직후 개장된 증권과 외환시장이 모두
극도의 불안한 모습을 보여 이날 회의결과에 대한 경제계의 불만도
분명해졌다고 하겠다.

강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기아자동차에 대해 운영자금을 긴급 지원하고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재산보전처분 결정과 동시에 자금지원을 재개하는 등
기아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것임을 보고했다.

또 금융기관 및 우량공기업의 해외차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자본거래
자유화폭을 확대하는 등 외환및 주식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보고했다.

이외에 부처별로 보고가 이어졌지만 역시 주된 골자는 기아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뒤처리 방안을 확인하고 금융시장을 위기를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이외에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금융개혁 관련 법안을 정부차원에서
기필코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협조방안들이 논의됐다.

재경원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견실한 실물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까지
주장해 왔던 터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진단에 정치권과 일반 경제계가 얼나마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개혁에 대한 집착이 정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일 뿐 정부의 정책실패
를 호도하는 것이라는 일부의 비난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