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 기아자동차가 공기업
형태로 운영될 경우 통상마찰의 소지는 없을까 하는 것도 문제의 하나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전액 출자한 회사다.

때문에 산업은행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데 대해 외국정부나 기업들은
보조금성격 여부를 눈여겨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되기 때문
이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밝혔지만 통상문제전문가들은 적어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시장 추가개방을 목적으로 슈퍼 301조를 발동, 한국을 우선
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 미국은 감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자동차협상에서도 트집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의 자동차
관련 제도나 관행의 개선을 요구해온터여서 기아자동차문제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미국 등은 보조금성격의 지원범위를 상대히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포항제철이 운영하는 부두에 자사의 선박을 우선 접안시키는 관행을
문제삼기도 했고 한보철강의 추가자금지원 문제를 정부가 거론했다는 자체만
으로도 보조금성격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외국정부나 기업들은 앞으로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평가
할때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산정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가격보다 높게 주가가 평가되면 보조금성격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예상할수 있다.

정부가 기아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상업어음재할인
비율을 높일 경우에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줄수 있다.

특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비쳐질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정부가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이나 은행대출과정이 보조금성격이라고
주장, WTO에 제소하고 WTO에서 보조금 지원이라고 결정하면 기아자동차는
수출할때 보조금지원분 만큼의 상계관세를 물어야 한다.

정부는 외국의 보조금성격 시비에 대비,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이 정부 재정
에서 출연된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나갈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채권자 자격으로 채권 확보차원에서 출자로 전환했다는 논리로
맞선다는 얘기다.

정부나 산업은행의 논리가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