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4일간 "97 세계유도선수권대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체육관.

이 체육관 출입구와 국기게양대 옆에는 "HYUNDAI(현대)"라는 대형간판이
걸려 있었다.

경기장안의 펜스광고판에는 "HYUNDAI"를 포함한 국내외 7개기업의 이름이
30초간격으로 나타났다.

"HYUNDAI"라는 글자는 이외에도 참가선수들이 입고 있는 경기복의 등에도
새겨져있었다.

올해 세계유도선수권대회의 타이틀스폰서인 현대그룹은 이렇게해서
"HYUNDAI"를 전세계에 한껏 알렸다.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다 현대라는 이름을 앞에 붙여 "97 현대세계유도
선수권대회"로 명명된 이번 대회는 유럽과 아시아 남미지역에 생중계됐고
주요 경기장면과 대회소식은 뉴스시간마다 전세계의 안방을 파고들었다.

줄잡아 세계 1억2천만가구가 이 경기를 시청했다는게 현대의 추산.

자연스럽게 현대라는 글자도 대회기간중 지구촌 구석구석에 비쳐졌다.

광고로 따지면 수천만달러를 투입한 것과 맞먹는 효과를 거두었다는게
현대그룹의 자체 평가이다.

그러면 현대그룹이 세계유도선수권대회의 공식타이틀스폰서가 되기위해
지불한 돈은 얼마나될까.

불과 60만달러다.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1백만달러가 넘지 않는 돈으로 수천만달러어치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런게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매력이다.

현대그룹에 스포츠마케팅의 무대를 제공한 업체는 금강기획.

금강기획은 현대종합상사와 함께 올초 프랑스의 3개 광고회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일본의 거물광고회사 하쿠호도를 물리치고 국제유도연맹(IJF)의
마케팅사업권을 획득했다.

국내기업으로 국제스포츠연맹이 주최하는 세계스포츠대회의 총괄 마케팅
대행권을 따내기는 금강기획이 처음이다.

97세계유도선수권대회는 금강기획의 국제스포츠마케팅사업의 첫 삽질이었
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도가 인기스포츠인 일본 프랑스는 물론이고 다른 유럽TV방송국들과
러시아 브라질 홍콩방송국에도 TV중계권을 판매했다.

대회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지역에도 중계권을 판매했다.

중계권판매금액은 1백만달러.

지난 95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중계수입의 2배가 넘는
성과였다.

스폰서유치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모그룹인 현대가 뒤에서 받쳐주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와 한국타이어,
해외에서는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미타 레이크, 독일의 보쉬, 프랑스의
크레디리요네은행 등 모두 7개 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했다.

이 대회를 참관한 현대그룹문화실의 김정수 차장은 "프랑스에는 웅다이
(현대의 프랑스식 발음)강풍이 휘몰아쳤다.

이 대회를 통해 현대그룹의 이미지를 한단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최중락 파리지점장도 "적은 비용으로 프랑스와 유럽에
한국타이어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만족해 했다.

금강기획이 이처럼 금전적으로나 스폰서업체들의 홍보면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국내광고회사들중 스포츠마케팅사업에 가장 일찍 눈을 뜨고 착실히
준비해온 덕에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지난 94년 업계최초로 스포츠사업부를 신설한후 그동안 해외연수 등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금은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포함, 모두 12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해 이
분야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었다.

금강기획은 이 세계유도대회외에도 지난주에 끝난 제78회전국체육대회의
개.폐회식과 체전관련 문화행사를 기획주관했다.

또 내달 1일 열리는 한.일프로야구올스타전 골든볼시리즈의 마케팅대행권도
획득해 놓은 상태이다.

대회기간중 파리현지에서 마케팅활동을 담당한 금강기획 스포츠사업팀의
강영태 차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국제스포츠행사의 마케팅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파리=이정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