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가좌동에서 석남동 방향으로 새로 놓인 고가도로를 넘어가면
삐죽삐죽 플랜트가 솟아 있는 경인양행 인천공장을 만난다.

산업의 필수소재인 염료를 만드는 공장은 화려한 구석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 한 켠의 사무실과 공장장실도 시멘트바닥 그대로다.

조립블록처럼 설비들이 연결된 공장안은 수십kg짜리 원료통을 부리고
기계를 다루는 근로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이들의 무쇠같은 노력은 마지막 공정에서 빨강, 노랑 등의 고운색 염료로
태어난다.

작업장은 세계 최고제품을 하루빨리 생산해야 겠다는 근로자들의 굳은
의지로 열기를 내뿜는다.

유송식 공장장은 "제조원가는 올라가기만 하는데 제품의 국제시세는 몇년
전에 비해 10~20% 내렸다"며 "여기에다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이 저가 염료로
공세를 펴고 있어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최근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근로자들의 활기찬 모습은 바로 이런 위기의식을 경영진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장 근로자들의 노동강도는 이웃 일본에 못지 않다.

인천공장 전체근로자 1백20명중 현장근로자는 70명으로 한달평균 5백20t
가량의 염료를 생산한다.

91년경에 1백30여명이 이보다 휠씬 적은 염료를 생산했으니까 설비자동화를
고려해도 생산성이 매우 높다는 계산이다.

차용철 근로자대표는 "정예인원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려니까 근로자
입장에서 힘이 드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해야 고용안정을 이루고 분배의 몫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너나없이 뛰고 있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한다.

이런 고생산성을 지키기 위해 근로자들이 힘쓰는 분야가 바로 작업공정의
개선.

인천공장에서만 한달 평균 80건의 제안이 쏟아진다.

3단계의 염료제조공정을 1단계로 단축한 것을 비롯, 20~50kg씩 투입하던
원료를 기계식 t단위로 올려 작업능률의 향상을 이뤄낸것 역시 근로자들의
솔선수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근로자들은 생산성과 함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두 12개 분임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작업시간 짬짬이 내는 이시간에는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한 개선사항이
빗발친다.

이들은 스스로 품질 A등급 염료비율을 80%이상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노력한 결과 불량률이 1%를 밑돌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

차용철씨는 근로자들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제주체이기때문에 과거의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회사발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앞으로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성향상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인양행은 모든 경영현황자료를 공개한다.

또한 회사주식의 20%를 근로자에게 배정, 다같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고취시킨다.

설립이후의 무분규와 폐수처리비용의 획기적 절감, 경쟁력 강화 3백일운동,
제로에 가까운 이직률 등 경인양행만의 성공경영엔 바로 노사의 단결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 인천=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