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들이 강경식 부총리와의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가칭 "협조융자
협약" 마련에 합의한 것은 기업의 흑자도산을 방지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유망기업에 대해 자금 지원을 중단
하거나 늦출 경우 "부실채권 급증->금융기관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끝내 현실화될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주거래은행의 감시기능이 대폭 강화될수 밖에 없어 기업의 자율경영
여지가 축소될수 있으며 대상기업 선정과 관련해서도 특혜시비를 항상
제기될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날 모임에서 상당수 은행장들은 자금시장 경색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구조
조정에 실패한 대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정리된 만큼 금융기관의 어음회수가
자제되고 적절한 자금지원이 이뤄질 경우 우량기업의 부도로 인한 국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주거래은행이 중심이 돼 기업정보를 파악, 자금난 조짐이 보이면 미리
적극적인 대출로 흑자상태에서 부도가 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협조융자협약은 근본적으로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으로 적용되기 전에
부도자체를 막는, 일종의 부도봉쇄협약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실질적으로 부도가 난 상태에서도 원리금 상황이 일시 중단되고 당좌거래는
정지되지 않는 혜택이 주어지는 부도유예협약에 비해 특혜가 훨씬 크다.

부도유예협약은 연쇄부도를 막는데 일정부분 기여했지만 적용기간이 2개월
에 달하는데다 일단 협약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금융기관들이
자금회수에 나서 해당기업을 살리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협조융자협약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현재 상업은행 등 8개 은행이 검토중
이지만 전례를 감안할때 은행과 종금사는 필수적으로 협약에 참여하며
생보사 등도 참여가 권유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담보도 어느정도 갖고 있어 단기간의 자금
지원으로 회생할수 있는 기업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흑자도산 위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과정에서 자의성이
개입될수 있으며 <>협조융자이후에도 결국 부도가 날 경우 금융기관의
피해가 확대되고 <>여전히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우려가 크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운용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결여될 경우 정부의 개별기업에 대한
무리한 개입시도이며 과거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들을수 있다는
얘기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