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과 응시생 모두 캐주얼 옷을 입고 오세요''

이랜드그룹이 올 가을 신입사원 선발에 이색 "케주얼 면접"을 도입한다.

빨간티셔츠에 녹색바지, 노란모자를 쓴 임원들이 청바지차림의 응시생과
마주앉아 면접을 치르는 것.

"옷장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에는 옷입는 센스가 있는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게 첫째 이유.

정장을 입다보면 아무래도 개성을 관찰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올해부터는
케주얼 복장을 의무화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랜드 제품을 입어야만 합격하는것은 아니다.

"케주얼 면접의 도입취지 자체가 "예스맨"보다는 개성있는 일꾼을 뽑자는데
있는 만큼 어느 브랜드 옷을 입느냐가 결정요인은 아니다"라는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면접관까지 케주얼을 입는 이유는 뭘까.

서로 "편한"복장을 입어야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고객 이미지 관리".

시험에는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훨씬 많게 마련이다.

그러나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이랜드로서는 이들 탈락자가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불합격자 관리"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란 얘기다.

"알록달록한 케주얼을 멋지게 입은 친절한 사장".

이모습만큼 "젊고 참신한 기업"이란 이랜드의 이미지를 쏙 심어줄
절호의 찬스는 없다.

그래서 박성수사장 이하 모든 본부장들도 이날만큼은 의상에 몹시 신경을
쓴다.

옷입는데 자신이 없는 임원들은 사내 코디네이터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할 정도.

이랜드는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원서를 교부한뒤 31일까지 접수를
마감, 11월중순에서 12월초에 걸쳐 1,2차 면접을 실시한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