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정찬호(46.가명)씨는 자신의 부동산에 포괄근저당권을
설정해준후 금고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얼마후 대출금을 상환해 채권채무
관계가 종결됐다.

이 상환자금은 제3자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취급된 대출금으로 충당됐는데
정씨가 대출받기 전에 다른 금융기관이 제3자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
했다가 말소된 적이 있었다.

만약 말소됐던 다른 금융기관의 근저당권이 다시 회복돼 금고에 손해가
발생한다면 금고가 채권확보를 위해 정씨의 부동산을 계속 담보로 잡을수
있을까.

<> 사례 =A금고는 95년 3월21일 정찬호씨 앞으로 부금유예대출 7억원을
취급하면서 정씨 소유의 부동산에 포괄근저당권(채권최고액 9억8천만원)을
설정했다.

그해 12월5일 A금고는 정씨의 형이 무한책임사원겸 대표사원으로 있는
B합자회사의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음을 확인한후 이를 담보로
소액신용대출 15억원을 취급, 그중 7억원으로 정씨의 대출금을 전액회수
(대체처리)했다.

한편 8월23일 C공제조합은 B합자회사의 모회사인 D주택건설이 금융기관으로
부터 대출받을때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면서 B합자회사의 부동산에 1순위
포괄근저당권(채권최고액 37억7천만원)을 설정했으나 11월10일 이 근저당권이
말소됐었다.

이에 C공제조합은 96년 1월26일 근저당권의 말소와 관련된 서류가 위조됐다
며 B합자회사와 국가, A금고 등에 대해 근저당권말소등기의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후 정씨는 A금고에 대해 피담보채무가 전액변제됐으므로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해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A금고는 이미 말소됐던 C공제조합의 근저당권이 소송결과 다시
회복될 경우 B합자회사의 대출금으로 상환된 정씨의 대출금을 원상복구해야
하므로 정씨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해지할수 없다고 맞섰다.

<> 조정결과 =이번 분쟁은 정씨의 근저당권에 대한 피담보채무가 소멸됐는지
의 여부가 쟁점이다.

이를 위해 <>정씨가 A금고에 대출금을 변제한 것이 유효한가 <>정씨가
B합자회사 등과 공모, A금고에 손해를 입혔다면 이때 발생하는 손해배상
채권이 정씨가 제공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범위에 포함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우선 정씨가 A금고에 채무내용대로 변제했고 A금고가 이를 수령한 이상
변제사실은 유효하며 정씨에 대한 대출채권을 부활시킬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또 C공제조합의 1순위 근저당권 말소로 제기된 사문서위조등 고소사건과
관련, 정씨와 B합자회사의 대표사원인 정씨의 형이 피소되지 않았으며 A금고
도 이들에게 고소나 민사소송 등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정씨의 불법행위
가담사실이 입증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볼때 A금고가 정씨에게 손해배상채권
의 존재를 주장할수는 없다.

아울러 A금고 스스로도 정씨의 근저당권은 당초 정씨의 대출금 7억원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만약 정씨가 B합자회사와 공모,
A금고에 손해를 입혔다해도 이는 정씨 대출금과 무관한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이므로 정씨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정씨의 대출금변제는 유효하며 A금고는 정씨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해야 한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