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의 김태곤(54) 사장은 PC를 썩 잘 다루는 편은 아니다.

워드와 인터넷 검색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정보시스템과 관련된 전문적 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GIS(지리정보시스템) 분산처리시스템 LAN(구역내통신망) 등 막힘이 없다.

"기업 전산화의 목적은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획득해 분석,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습니다.

전산화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지요"

PC다루는데는 미숙할 지라도 정보화 마인드는 갖춰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해 6월.

그때부터 공사업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김사장의 정보화 철학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도입된 것이다.

김사장이 처음 착수한 일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추진돼온 자동원격검침
시스템 구축 사업.

그는 "일반 가정의 난방비 산정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는 비효율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경영개선은 이뤄질 수 없다"며 전산실 직원들을 독촉했다.

그의 열성 덕택에 지역난방공사는 오는 12월부터 검침작업을 중앙에서
완전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전력 수돗물 등의 사용량 검침이 아직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구축된 윈도환경의 경영자정보시스템(EIS)에도 김사장의 정보화
마인드가 담겨있다.

이 시스템은 인사 재무 계약 건설 등 회사의 경영상황 전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김사장은 이밖에도 전국에 산재한 지사를 연결하는 WAN(원거리통신망)구축,
GIS구축 등의 사업에 나섰다.

특히 지난 7월에 완료된 GIS는 1천5백km에 달하는 지역난방공사 열배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가 추진한 정보화사업의 특징은 모두 자체 인력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핵심 기술은 외부에서 들여오더라도 응용분야는 전산실 자체적으로
해결토록 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된다는 생각에서 였다.

이런 탓에 전산실 관계자들은 격무에 시달려야 할 때가 많다.

김사장은 지난 70년 당시 상공부로 발령받은 후 줄곧 에너지분야에서만
일해온 "에너지 정책의 산증인".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책임지는 통상산업부 자원정책실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후 작년 지역난방공사를 책임지게 됐다.

김사장의 해박한 에너지 분야 지식은 정보화 마인드와 결합돼 지역난방공사
에서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 글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