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도유예 대상이 된 태일정밀및 회의를 신청한 쌍방울의
주거래은행 문제를 놓고 은행들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이같은 혼선으로 인해 자칫 부실기업의 처리가 소홀히 다뤄질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부도유예협약의 규정에 따라 태일정밀및
관계사에 대한 여신최다은행으로 15일 대표자회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부도유예 결정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이에 대해 상당히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흥은행 한 임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볼때 그동안 재무보고를 받아온
외환은행이 태일정밀의 주거래라고 볼수 있으며 업체별 주거래로 따질 때도
조흥은행은 태일정밀의 주거래가 아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여신규모를 기준으로 했을때도 태일정밀의 주거래는 제주은행,
뉴맥스는 외환은행, 삼경정밀은 경기은행이며 동호전기 동호전자 남도산업
등 3개사만 조흥은행 주거래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흥은행은 이에 따라 3개사의 업체주거래 역할과 회의진행을 담당할 뿐이지
나머지 회사의 처리문제는 주관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여신최다규모로 볼때 조흥은행이 태일정밀과
뉴맥스의 주거래임이 분명하다"며 "여신을 집계할 때 무신용장방식의 수출환
어음 등을 포함시키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같다"고 밝혔다.

또 제주은행은 "태일정밀에 회사채 지급보증 2백42억원을 해준게 전부인데
주거래라니 말도 안된다"며 "대출을 취급하는 등 거래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내용도 사실 잘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은행들은 쌍방울을 놓고도 주거래은행 기피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다여신은행(5백20억원)인 산업은행은 "대부분 환경기금대출이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의미의 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그 다음으로 여신이
많은 전북은행은 "엄연히 최다여신은행이 있는데 주거래라고 나서기 뭣하다"
며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의 주거래은행 맡기를 꺼리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모양이 좋지 않다는
때문인데 일각에선 은행들이 부실기업의 처리라는 당면한 과제를 외면한채
부차적인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