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은 16일 박건배 회장 주재아래 주요 계열사사장단회의를 열고
계열사 통폐합및 매각과 그룹연수원등 부동산,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총 1조1백47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해태그룹은 이날 경영혁신안의 핵심인 매각대상 계열사들의 이름은 일체
밝히지 않았다.

해태그룹은 이달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것같이 전자 중공업을 포함한
15개 계열사를 제과 음료 유통부문으로 통폐합, 종합식품 유통전문그룹으로
남는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해태그룹이 실제로는 유통, 음료의
매각을 포함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하고있다는 징후가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해태그룹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있지만 음료의 매각설은 여러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룹이 음료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조흥은행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제당등 음료관련사업을 하는 그룹들에 이미 매수의사가 있는지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타진한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

자구노력이 성사돼 음료의 매각이 이뤄지면 해태는 제과소그룹으로
남게되고 매각이 이루어지기전에 그룹이 회생하면 종합식품그룹으로
남게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음료의 경우 지난해 4천5백억원대의 매출에 3백억원이상의 이익을 냈으며
내년도 상장이 예상되는 우량기업으로 상품성있는 매물로 꼽히고있다.

이밖에 천호동에 위치한 해태백화점과 슈퍼마켓체인을 포함하는 해태유통도
매물가치가 있는 계열사다.

해태 관계자는 "해태유통에 대한 자산가치와 영업권을 인정하는 기업만
나선다면 얼마든지 팔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통사업은 LG,삼성, 신세계, 대우등 대기업들이 서울진출및 확대를
노리고있어 이들과 접촉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구단 해태타이거즈도 당장의 현금마련을 위해 매각검토대상에
올라있다.

타이거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사겠다는 기업만
나선다면 현금박스가 될 수도있어 채권단이 매각을 권유하는 부분이다.

음료, 유통, 타이거즈가 다른 대기업에 매각될 경우 각 업종에서 획기적인
판도변화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특히 음료는 롯데칠성과 함께 음료업계의 양대축으로 자리잡고있어 이를
인수하는 회사는 당장 업계 2위로 부상하게된다.

해태유통을 인수하는 대기업도 서울 강동권에 입지를 마련하게된다.

사정이 다급한 해태그룹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다른 대기업들도 자체
구조조정이 시급해 상품가치가 있는 해태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와있더라도
당장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런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