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가 최악의 경영위기로 치닫고 있다.

쌍방울 태일정밀등 중견기업까지 무너지면서 16일 집행된 종금사에 대한
1조원의 한은특융도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기아사태로 촉발된 일부 종금사에 대한 위기론은 중견기업의 부도유예와
화의신청으로 종금사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아사태까지만 해도 부실여신이 적어 한은특융 대상에서 제외됐던 기존
종금사들도 쌍방울과 태일정밀에는 적지 않은 여신을 물려 유동성위기는
업체전체로 번져가고 있다.

게다가 종금사 상당수가 쌍방울과 태일정밀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긴 했지만
주식등 유가증권이 대부분인데다가 주가폭락 사태 때문에 담보처분도 여의치
않아 가용자금규모는 점점 줄어들게 돼 있다.

영업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종금사들은 특히 올들어 신용위기 확산으로 기업대출 보다는 유가증권
투자에 열을 올렸으나 여기서도 주가폭락으로 막대한 평가손을 입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하반기 종금업계의 수지는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다.

단기자금으로 영업해온 리스업에서는 외화차입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역마진이 나고 있는 판이다.

채권을 단기매매하는 국제금융에서 이익을 챙긴 정도일뿐 다른 부문의 영업
에선 본전은 커녕 대규모 적자만 본 셈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주업무를 단기대출 리스 국제금융 등으로 바꿔오면서 생존
해온 종금사가 총체적인 한국경제의 위기 앞에서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