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 결정으로 간신히 최종부도는 모면했지만 태일정밀이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태일정밀은 제1차 채권단 대표자회의가 열리는 24일 전날인 23일까지
경영권포기각서를 주거래은행에 제출해야만 부도유예를 계속 적용받을 수
있다.

지난 9월1일 35개은행들이 부도유예협약을 개정,채권단이 부도유예대상
기업으로부터 이같은 채권확보서류를 사전에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채권확보책을 우선 마련하고 기업회생을 위한 자구노력이행도
확실하게 담보하자는 취지에서다.

태일정밀이 제출해야할 서류는 <>재산처분위임장 주식처분위임장 주식포기
각서 경영권포기각서 구상권포기각서 <>인원 임원감축 등에 관한 노조동의서
<>자금관리단 파견에 대한 동의서등이며 경우에 따라선 최고경영진의 사표도
내야 한다.

이같은 서류를 낼 경우에만 채권단은 1차대표자회의에서 태일정밀의 부도
유예기간을 2개월 이내로 정하고 자금지원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는 진로 대농 기아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기관의 기업실사를 거친후
제2차 채권단 대표자회의에서 정상화가능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경영권포기각서 등을 모두 내더라도 채권단이 부도유예연장및 자금
지원을 쉽사리 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진로 기아처럼 부도유예를 거쳤더라도 해당기업이 채권단과 협의없이
화의를 신청해 버리는 등 은행들이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통해서 거둔 실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일정밀이 경영권포기각서를 23일까지 제출하지 않을 땐 채권단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한 가지로 제한된다.

부도처리밖에 도리가 없다.

그 다음은 법정관리 신청후 제3자매각의의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태일정밀 관계자중 이날 부도유예대사에서 제외된 나머지 회사들은 일단
자체적으로 회생을 도모해야 한다.

모기업격인 태일정밀이 어렵게 된 이상 대부분의 관계사들은 제3자인수나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