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는 대기업들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계열사및 관계사 지분을
내놓는 일이 잦아지면서 금융기관 주도의 M&A가 기업 구조조정의 새로운
패턴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잇단 대기업의 부도로 종합금융사의 담보취득이 관행처럼
굳어진 탓에 대기업의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는 종금사들이 이같은
M&A에 앞장서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담보를 하루바삐 처분, 대출금과 상계처리할수 있다는
점에서 M&A에 모기업보다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대한종금이 이런 형태의 M&A 붐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종금은 대농그룹에 대출하면서 담보로 챙긴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코코스 지분을 모두 신동방에 넘기는 M&A를 단행했다.

또 다른 담보로 취득한 미도산업개발 지분 1백%는 대한종금의 모기업인
성원그룹이 인수했다.

대농그룹 계열사인 대농창업투자의 경우 아세아종금이 담보로 취득한 22%에
대해 M&A를 진행중이어서 조만간 인수자가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M&A는 대농그룹에만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쌍방울그룹도 이미 이같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쌍방울그룹에 추가여신을 해준 일부 종금사들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새한종금은 쌍방울레이더스, 중앙종금이 쌍방울지에프의 지분 1백%를
확보하고 있다.

해당 종금사는 공식적으로 M&A를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자금시장에서는 D그룹이 쌍방울그룹 계열사 2개의 인수를 검토중
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등 M&A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태그룹도 조흥은행으로부터 5백억원의 긴급대출을 받으면서 해태타이거스
의 지분 50%를 담보를 제공해 해태타이거스의 향방도 그룹의 의사에만 달려
있을수 없게 됐다.

종금사 관계자는 "유가증권을 담보 잡을때는 담보제공증서와 함께 담보
처분승낙서까지 함께 받는게 대부분"이라며 "담보제공자와의 그동안의
거래관행상 가격협의를 하지만 법적으로는 독자추진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주식담보 취득 붐은 담보제공기업의 구조조정 뿐아니라 통신및
방송업계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방방송국및 케이블TV사업자
지분은 대부분 은행의 담보로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태그룹이 보유한 온세통신 지분 6.3%도 한일은행 한불종금 등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돼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