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장기경기침체와 계속되는 금융불안에 대응하기위해
재무팀의 위상을 높이고 외부전문가를 스카웃하는 등 재무관리 강화에
비상을 걸었다.

영업중심의 외형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경영구조로는 금융변화와
수익성중심의 경영환경에 대응해 나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LG 등 대기업그룹들의 경우 경영의사
결정을 재무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고 두산, 동부, 거평 등 중견그룹들도
조직을 개편하거나 외부인력을 보강하는 등 재무라인의 "업사이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들어 계열사인 삼성전관의 재무관리 전산시스템을
완성, 그룹 재무통합관리 시스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재무통합시스템은 경리와 회계, 자금 등을 모두 통합 관리함으로써 자금
흐름을 상시적으로 파악, 비용발생을 줄이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산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삼성전관을 시작으로 각 계열사별로 업종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
오는 2천년에는 전 계열사의 재무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산화
한다는 계획이다.

올초 "금융강화"를 선언한 LG그룹도 지난 3월 그룹내 금융기획팀을
신설하고 정재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을 영입, 전무급 팀장으로
앉히는 등 재무라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그룹은 지난 7월 금융비용 동결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재무관리 지침을
계열사별로 마련했다.

대우는 이를위해 신규자금 소요시 차입대신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국내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리가 싼 해외금융을 활용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그룹은 이달들어 최고재무경영자를 뜻하는 CFO 직제를 신설, 김철중
상무를 이 자리에 임명했다.

또 경영관리팀에 속해있던 재무기능을 떼어내 재무팀으로 독립시키고
CFO가 경영관리, 재무, 감사 등 3개팀을 맡도록 했다.

두산의 CFO는 그러나 순수한 의미의 자금 및 재무구조뿐 아니라 사업계획
수립, 계열사 실적평가 등 일상적인 경영부문의 총괄기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금융귀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금융통 김재룡
전 한화증권 상무를 퇴사 2년만에 한화증권 사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김사장은 금융개혁위원회 민간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금융통.

한화는 올초 한화종금 사태에 휘말리면서 그룹내금융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사장을 전격 복귀시켰다.

동부그룹의 경우 반도체사업 추진에 따라 이 분야의 재무를 관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지난 3월 오진석 전 외환은행 뱅쿠버지점장과
한국은행출신인 장기제 전 도투락 법정관리인을 잇달아 전무로 영입했다.

30대그룹 신규진입 등에 따라 재무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거평그룹도
지난 6일 기획조정실장과는 별도로 기획조정실안에 사장자리를 신설,
재무부출신의 금융통 정태석 전한남투자신탁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임했다.

정사장은 앞으로 나선주 기획조정실장을 보좌, 30대그룹 신규진입에 따른
각종 재무구조 조정 등 재무부문을 집중적으로 챙기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잇따른 M&A(기업인수합병)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성원그룹은 올초
그룹내 재무담당 상무자리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금융통인 고병재
전 대한종합금융 이사를 승진발령, 그룹전체의 재무를 챙기도록 하는 등
중견그룹 및 기업들도 재무라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