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 신대동 대전공단 인근에서 연탄을 생산하고 있는 합동산업.

1만여평에 이르는 공장에는 2.5t 화물트럭이 연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쉴
새 없이 들락거려 분주하기 이를데 없다.

화물열차에서 무연탄을 내리고 연탄을 찍어 수송차량에 싣는 공장 곳곳은
근로자들의 열정으로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대전과 충남.북 일부지역에 연탄을 공급해 온 지역유일의 연탄생산업체인
합동산업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가 난 것은 지난 95년6월.

연탄수요처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의 부도라 더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석탄가루를 몸에 뒤집어써가며 연탄생산에 구슬땀을 흘린 근로자
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희망찬 공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치면 쓰러져가는 회사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근로자들은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공장장이던 전동규 사장은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주민들이
어떻게 겨울나기를 할 지 걱정이 앞서 이를 악물고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며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전사장을 구심점으로 한 회사살리기 운동은 꺼져가는 불씨에 풀무질을
하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집담보 적금해약 등 전사원들이 십시일반으로 1억5천만원의 자금을 만들어
원료를 구입해 생산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판매영업소에서 부도난 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하겠다며 등을 돌렸다.

근로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백방으로 거래선을 찾아다니며 애원반 설득
반으로 다시 확보해나갔다.

저녁에는 피곤함도 잊은 채 밤 늦게까지 가동중단으로 녹이 슨 기계에
기름칠을 했다.

공장이 재가동된 이후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우선 30분 먼저 출근해 공장주변을 말끔히 청소했다.

석탄가루가 날려 지저분한 공장의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관리직 사원들이 일용직 업무까지 처리하는 등 모든 사원들이 1인2역을
해냈다.

연탄을 싣는 작업에도 직원들이 솔선한다.

밤샘근무를 해서라도 주문물량은 모두 생산한다.

소량의 주문물량도 배달해준다.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다.

이같은 노력은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10%에 달하던 불량탄 발생률이 0%로 급감했다.

하루에 10여건에 이르던 불량품 항의도 아예 없어졌다.

제품의 질이 좋아지면서 지난 8월에는 25만장을 군납했다.

매출도 늘어 95년10월 재가동이후 연말까지 8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7억여원을 올리는 등 생산성이 무려 30%정도 향상됐다.

흑자규모도 95년 3억여원, 96년 5억여원을 올렸는데 올해도 최소한 지난해
수준은 달성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노력은 분배로 이어져 급여를 부도전보다 월평균 8%이상 더
받고 있다.

정영구 부장은 "근로자들의 확고한 주인의식으로 쓰러진 회사를 살릴 수
있게 됐다"며 "그결과 임대공장 옆에 8천여평의 자체공장부지를 마련하는 등
내년부터는 더부살이를 면할 수 있게 돼 근로자들이 활기에 차있다"고
밝혔다.

< 대전=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