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지난 9일,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 호텔에선 해외
한민족들에겐 아주 뜻깊은 행사가 치러졌다.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22개국 2백여명의 교포 무역인과 본국의
중소기업인 3백여명을 포함, 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차 코리안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대회"가 열린 것이다.

특히 9일 저녁의 개회식에는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참석, 격려사를 하는 등
한인들의 파워에 대한 미국 주류사회의 높은 관심도 엿볼수 있었다.

11일까지 계속된 이번 대회는 해외 교포 무역인들이 전세계적인 한인
경제공동체를 구축, 화교나 유태인 경제권에 못지 않은 대본국 수평적
협력의 틀을 갖추겠다는게 취지.

"코리안 네트워크"를 구상해 낸 주역이자 이번 대회의 산파역을 맡은
김은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행사장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코리안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아직 국내 기업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21세기에 우리 민족의 시너지를 최대한 결집하고 이를 경제적 번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화교나 유태인들 못지 않은 글로벌 민족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민족은 세계 1백40여개국에 5백50여만명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중에는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만도 6천여명에 달하고요"

-어떻게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우선 이번 대회처럼 해외 한인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교류협력을 위한 인프라부터 갖추는 일이 시급합니다.

화교의 경우 리콴유(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직접 나서서 벌써 세차례
나 "세계 화상대회"를 대대적으로 치르는 등 긴밀한 네트워크를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화교가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광고하면 싱가포르 방콕 밴쿠버 런던 등에 퍼져 있는
화교 금융인들이 보고는 "벤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식이지요.

KOTRA도 이를 위한 1단계 작업으로 우선 처음으로 해외 한인 무역인
디렉토리를 발간했습니다.

조만간 국내 중소기업을 포함한 한인 비즈니스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KOTRA의 역할이 적지 않군요.

"작년 제1차 서울 대회를 후원한데 이어 이번에도 전세계 79개국에 나가
있는 1백15개 무역관을 총동원해서 교포 무역인들에게 행사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관을 맡은 해외 한인무역협회(OKTA) 결성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재정지원도 하고 있지요"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이번 행사에 대거 참가했는데.

"해외 무역인들과 본국의 중소기업을 연결시키는 것도 코리안 네트워크가
구상하는 핵심 과제의 하나입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한데.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교포 무역인들과 연계시키는 일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해외교포 무역인들에게 본국 상품을 취급하기가 마땅치
않으면 제3국에 나가 있는 본국 기업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라도
찾아 주려고 합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