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지역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이 바트화 평가절하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부채누적으로 사업차질을 빚으면서 NCC(나프타분해공장) 등 유화설비의
신.증설을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이 지역에는 유화제품 수급차질이 불가피해 국내
유화업계에 상당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태국최대의 유화회사인 TPI사는 당초 올해 착공, 99년
부터 가동하려던 연산 70만t짜리 제2 NCC 건설사업을 무기 연기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일본의 아사히케미컬사와 합작으로 추진해온 연산
15만t급 AN(아크릴로니트릴)사업 등 다운스트림 신.증설 계획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는 2000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35만t 짜리 NCC 신설 계획을 세웠던
NPC사는 당초 사업계획을 수정, 완공 일정을 2001년 이후로 늦춰 잡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페트로나스사가 미국 UCC사와 합작해 오는 2000년까지
건설키로 했던 연산 60만t급 NCC신설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필리핀의 PNOC사도 200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해온 45만t급 NCC 사업을
무기 연기했다.

이들 4개 업체 외에도 동남아지역 대부분의 업체들이 바트화폭락에 따른
자금난으로 신.증설 계획을 포기 내지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국가들은 90년대 이후 자급자족을 목표로 유화기반시설의 신증설에
나서 2000년 이전까지 NCC 기준 연 2백50만t 규모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해
왔었다.

동남아지역 유화업체들이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이유는 바트화 폭락에 따른 자금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 TPI사의 경우는 지난 수년간 대형사업의 확장으로 채무부담액이
2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한데다 바트화의 평가절하까지 겹치면서 원료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연산 35만t급 NCC와 다운스트림 전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유화업계의 이같은 사업차질은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수급불안을
초래, 수출확대를 추진해온 국내 유화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바트화절하로 원가경쟁력이 높아진 이들 지역의
합성수지가 덤핑가격으로 쏟아져 나와 국제 유화시장의 가격질서가 교란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박훈상무는 "태국 등 동남아 유화업계가 신.증설을
추진해온 물량이 아시아전체 생산능력의 10%가 넘는 규모라는 것에 주목
해야 한다"며 "동남아지역 업체들이 내실경영으로 돌아서면서 신규사업을
포기할 경우 유화산업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