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할부금융 파이낸스 신용금고 등 이른바 제3금융권에 부도의 서곡이
울려퍼지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기아 등 대기업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부실여신이 쌓이는
데다 주된 자금줄인 종합금융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자금회수에 나섬에
따라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파이낸스업계는 종금사의 자금회수로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9월 인프라파이낸스에 이어 지난 6일에는 AM파이낸스가 돌아온 어음
때문에 부도처리되는 등 파이낸스업계에 연쇄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리스 할부금융 신용금고도 업체마다 다소 다르나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은 금융기관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액의 30%를 공급해온 리스업계의 부실이 그 대표적인 예.

리스업계는 한보에만 1조1천3백8억원을 물린 것을 비롯 기아 등 5개 부도및
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에만 총자기자본금(1조7천6백82억원)을 웃도는 2조1천
3백10억원의 여신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리스업계 부실여신은 덩치가 작은 지방리스사들이 대형리스사와 무리한
경쟁을 한데서 비롯됐다.

소형리스사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일본과는 다르다"
(제일종금 박용건 사장).

출혈경쟁은 수지악화뿐 아니라 부실여신을 낳았다.

산업리스 윤인태 부장은 "출혈경쟁으로 리스이용자에게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것도 힘들다"며 "심사를 낭비로 보는 리스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여신한도제는 실종됐고 리스크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은 꿈도
못꾸고 있다.

기업이 리스사 직원과 짜고 하는 공리스 중복리스 등의 불법여신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과당경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부실여신은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스업계는 외화차입이 끊겨 외화리스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산업리스만 8월초 5년만기로 1억엔을 빌렸을 뿐이다.

원화 자금사정도 빡빡하다.

은행 종금등 기관투자가의 외면으로 리스채 발행계획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으며 발행금리도 크게 올랐다.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환관리시스템의 부재도 리스업계를 골병들게 하고
있다.

외화리스를 해서 생기는 리스료는 차입금 갚는데 써야 한다.

하지만 차입금을 만기때 일시에 갚기로 하고 리스료 수입으로 원화리스를
해왔다.

외화와 원화조달 금리차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상승과 외화차입난 속에서 이같은 영업은 리스업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집중대출을 해온 할부금융사도 출범 1년여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31개사가 벌이는 외형경쟁으로 할부금융 실적은 9조원, 팩토링은 2조원으로
급증했으나 부실도 함께 쌓여가고 있다.

파이낸스사는 상법상 회사로 금융당국의 승인없이도 누구나 설립이 가능,
숫자 파악이 안될 정도로 난립해있는 실정이다.

자본금 1억원도 안되는 영세 파이낸스사들은 20%대까지 육박하는 고금리를
받는 대신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어음을 할인, 부실
위험에 노출돼있다.

내년에 여신전문금융기관 출범으로 신용금고를 제외한 제3금융권이 통합
되면서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된다.

퇴출과 인수.합병 등 금융기관의 재편바람이 다가오고 있다.

< 오광진.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