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 전망을 두고 한국개발연구원(KDI)등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민간연구소도 잇따라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9일 내년에 경상수지적자가 96억달러로 줄어들며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올해보다 0.7%포인트 높은 7.0%에 달하며
소비자물가도 올해 추정치(4.2%)보다도 낮은 4.1%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경원 역시 내년도 경상수지적자액이 1백억달러 미만으로 축소되며
성장률도 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경기회복으로 내수경기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인데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압박이 본격화될 것인 만큼 소비자물가는 올해
예상치(4.4~4.5%)보다 다소 웃돌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물가외에 다른 전선은 "이상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대로 과연 내년 경제가 상승세를 탈 것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거시경제지표의 청신호는 대부분 수출증가
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1/4분기만 해도 전년동기대비 5.6% 줄어들었던 총수출은 지난
2/4분기중 7.2%로 회복된데 이어 7월이후에는 10%대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증가에는 하반기들어 달러대비 엔화가 1백20대에서 안정된데
반해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반사이익을 제공해 왔던 엔고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국내기업의 대외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볼수 있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년도 경제낙관론의 다른 논거인 경기순환주기상 상승국면 진입기대감도
거품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KDI는 3 4분기후반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저점은 사실 상당기간이 지난뒤에야 확인되는 것이 속성이다.

설사 이미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해도 과거 순환주기처럼 수직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도한 성장이 오히려 해가 될 정도로 국내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선데다
세계시장을 둘러싼 경쟁격화로 교역조건의 개선을 내년에도 기대하기 힘들다.

뭐니뭐니해도 내년 경제전망의 핵심변수는 내수경기및 기업의 투자 진작
정도및 대기업및 금융기관의 부도등 금융시장의 안정성 유지여부에 있다.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올해 임금상승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동결됐던 소비수요가 해빙되는데 그칠 것이라는 것이 재계관계자의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중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설비투자 부진현상도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KDI마저 내년중 설비투자는 기업의 투자조정과 금융시장 불안등 경제
불확실성의 증대로 올해보다 오히려 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여기에다가 정치쟁점화된 기아사태의 해결이 신정권 출범때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내년도 경제전망에 암운을 던져 주고 있다.

결국 대선을 앞둔 정부가 내년도 경제를 낙관하기에 앞서 한계기업의 처리
문제, 금융기관의 건전성제고 대책 등에 주력, 원활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