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도 주문배달시대".

김장철은 아직 멀었는데도 기온이 낮아지자 농협 두산음료 동원산업등
김치제조회사들에는 벌써부터 "언제부터 김치배달 주문을 받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김치 담그기를 포기한 주부(김포댁)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주문김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친정이나 시가등 별도의 김치공급원이 없고 김치를 담을 시간도, 손재주도
없는 "3무 주부"들에게 편리하고 맛있는 주문김치는 더없는 희소식이다.

주문배달 김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포기김치는 물론 깍두기, 백김치, 갓김치, 고들빼기, 동김치까지 등장했다.

젓갈도 멸치젓 새우젓등 여러가지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는 김치와 젓갈을 조합해 주문만 하면 원하는
김치를 맛볼 수 있다.

주문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서 하면 되나 최근들어서는 인터넷과 홈쇼핑을
통해서도 주문을 받는다.

물론 백화점과 편의점에서도 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치를 사다 먹으면
게으르거나 무능하다는 핀잔을 받지 않을까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사먹는 김치의 맛이 좋아진데다 경제적으로도 사먹는게 유리하다고 판단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김치제조회사들도 이같은 추세에 따라 올해 김장철 주문김치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크게 높여 잡고 있다.

농협 등 대형업체는 물론 지역 중소업체들까지 그 지방 특유의 맛을 앞세워
주문김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아파트단위로 가정식 김치를 주문받아 배달해 주는
곳도 많다.

주문김치의 수요증가 요인으로는 우선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아파트보급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김치를 담글 시간이 별로 없는데다 담가도 보관한 장소가 없어 구조적으로
사먹을 수밖에 없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문김치 자체의 경쟁력도 시장확대의 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김치회사들은 재료를 계약재배농가로부터 직접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이 집에서 담가먹는 것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밝힌다.

김치회사들은 또 유명 요리연구가들로부터 꾸준히 기술지도를 받아
나름대로 노하우를 축적해 오고 있어 맛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강조한다.

농협은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3월까지 주문김치만 42억원, 1천5백66t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60억원, 2천2백t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40%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농협의 판매담당자들은 목표가 크게 높은 수치지만 수요신장속도가 워낙
빨라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농협은 전국 각도에 하나씩 11개조합, 13개공장에서 지역별로 독특한
김치를 만들어 공급한다.

전국에 제조유통망을 가질수 있는 농협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예를 들어 농협을 통하면 서울에 사는 주부들도 고향인 전남순천의 젓갈을
사용한 남도김치를 집안까지 배달받아 먹을 수있다는 것.

농협의 각 점포에서 전화나 현장방문으로 주문받는데 홈뱅킹을 이용할 수도
있다.

종가집김치를 판매하고있는 두산음료는 완벽한 냉장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장 먹기좋게 익은 김치를 원하는 날짜에 정확히 배달하는 제도다.

대관령 고랭지 채소밭을 장기 계약해 싸고 맛있는 김치를 만든다는 설명
이다.

수신자부담 전화는 물론 신세대 주부들을 위해 인터넷으로도 주문을 받고
있다.

양반김치브랜드의 동원산업도 주문김치가 유망품목이라는 판단아래 올해의
전략상품으로 지정, 판매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50%이상 더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