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따라 청주공단에 들어서면 백상타올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공장은 3천여평도 안되는 작은 규모지만 근로자들의 희망에 찬 의욕으로
가을날씨인데도 불구 용광로 같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월을 만들어 염색을 하고 포장을 하는 공장 곳곳은 근로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으로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근로자들의 지칠줄 모르는 의욕과 투혼이 제품 하나하나에 그대로 배어
나오며 생산성증대를 꼬하고 있다.

지난 95년7월 부도로 문닫을 위기에 처했던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부도로 경영진이 잠적하고 밀린 임금과 원자재대, 채권은행의 경매추진 등
회생이라고는 실낱 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백상타올.

그러나 근로자들의 회사를 살리려는 뜨거운 열정이 희망찬 공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때의 노사갈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제 사원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회사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박천서 사장은 "부도가 나자 근로자들이 구심점을
잃고 흩어지기 시작해 이를 뭉치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회사를
살리겠다는 근로자들의 의욕으로 이제 상당수준 정상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사운동은 박사장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똘똘 뭉치면서 시작됐다.

채권자들을 밤낮으로 찾아다녔고 급여반납과 개인돈를 모아 경매에도 직접
참여했다.

근로자들의 회사살리기 운동은 "헌신" 그 자체였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가장 먼저 "30분 먼저 출근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생산라인 가동전에 미리 작업준비를 하자는 생각에서다.

지저분한 곳을 보면 먼저 본 사람이 빗자루를 드는 것은 일반화된 현상이다

기계를 손질하고 기름칠하는 것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근로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챙긴다.

이같은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생산라인의 가동은 멈추일이 없어졌다.

오히려 동종업계 최고를 꿈꾸고 있다.

이달부터 생산량 두배, 원가절감 두배를 달성해 업계 최고자리에 우뚝
서자는 "두리두리하나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일과후에는 직접 만든 제품을 들고 청주지역 아파트단지를 돌며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

한여름 찜통 무더위나 한겨울 혹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상을 부르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고 있다.

추석연휴는 근로자들의 열정을 한눈에 보여준 바로미터.

가족과 함께 할 연휴를 반납하고 공장을 가동시켰다.

이 기간동안 전국의 대리점과 영업소를 방문했고 버스터미널 등 다중밀집
지역에서의 판촉활동에도 나섰다.

이에 힘입어 불량률이 부도전 4.5%에서 1.5%로 크게 줄었다.

생산량도 1백50여명이 해내던 물량을 80여명이 거뜬히 해낸다.

매출액은 매월 3억~4억원대를 올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이상 신장된
4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규 관리차장은 "근로자들의 구슬땀으로 회사를 다시 반석위에 올려
놓게 됐다"며 "모든 근로자들이 회사일을 내집일처럼만 한다면 못이룰게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청주=이계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