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가구업체들이 몰려있어 목재단지로 불리는 인천시 서구 가좌동일대.

이곳에 들어서면 노란색바탕에 붉은색 띠를 두른 한양목재의 대형 공장
건물이 유난히 시선을 끈다.

모두 1만8천평 부지의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설비가 빼곡이
들어서 있는데다 제품을 실은 지게차와 트럭들이 쉼없이 들락거려 생동감이
넘친 작업 자동화로 일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공장안은 근로자들이 뿜어
내는 열기로 초가을 선선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

원자재를 깎아 규격품을 만들고 가구로 짜맞춰 도장하는 작업장 곳곳은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들의 손길로 바쁜 모습이다.

지난 93년 모회사 한양의 부도로 법정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한때의 어려움이 오히려 사원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게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전언.

근로자들은 우선 실추된 회사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대외활동에 적극
나섰다.

정낙헌 노조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근로자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7월말 서울역과 여의도에서는
사장과 노조위원장을 비롯, 라자가구 어깨띠를 두른 한양목재 근로자
수십명이 나타났다.

한양목재와 라자가구 로고 등이 인쇄된 산뜻한 부채 수천개가 뿌려졌다.

"즐거운 여름휴가 우리모두 환경보호".

"환경보호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목재회사 답게 자연을 보호하자는 플래카드 여러개를 들고 사원들이
인도를 메우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노조의 노력은 공장이 휴가에 들어간 8월초 일주일간 더욱 치열해 졌다.

3백20명의 사원이 자발적으로 참여, 강원도 통일전망대와 설악산, 동해안
해수욕장등지로 달려가 환경캠페인과 회사홍보에 구슬땀을 흘렸다.

자연히 한양목재와 라자가구는 근로자가 앞장서는 회사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정낙헌 노조위원장은 "근로자가 앞장서는 회사사랑 운동에 시민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양목재를 다시보는 것 같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노조를 중심으로한 회사내부의 의식개혁과 생산성 향상운동은 훨씬 높은
밀도로 진행됐다.

가을철 성수기에 대비, 일주일에 3일가량은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철야
근무를 실시했다.

저녁식사시간은 30분만 주어진다.

물론 이 시간이 수당에 포함되긴 하지만 회사를 업계정상으로 올리겠다는
공감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봄철 임금협상을 앞두고 이뤄지던 노조간부 수련대회도 지난해말 앞당겨
실시해 성실조업 분위기를 유지했다.

분기별로 실시해오던 조합원교육시간은 일이 먼저라는 판단아래 뒤로
미뤘다.

노조주관의 조합원교육 첫머리는 항상 생산성향상이 주제를 차지했다.

노조로서 이런 활동이 고통스런 일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노력은 곧바로 회사의 성장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달동안 총생산액이 86억원을 기록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70억원을 조금 웃돌았던게 평균 수준.

다소 버거울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1천3백70억원어치의 수주계획도 거의
달성한 상태고 연말엔 당초 계획을 넘어설게 확실하다.

또 9백16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흑자계획도 노사의 일심동체가 유지되고
있어 충분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가구업계 최초의 ISO 9001인증도 노사의 이런 노력끝에 이뤄졌다.

이밖에 전사원이 동네 아파트를 맡아 개인판매에 나서는 톱셀러 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쳐 매출증대에 톡톡이 기여하고 있다.

김종원 사장은 "여름휴가때 공장이 물에 잠기는 수해가 발생하자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90명의 사원이 달라붙어 3일만에 복구하는 등 주인의식이
확고해 졌다"며 "근로자들이 안팍으로 흘린땀은 곧 가구업계 선두로 다시
올라서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인천=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