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에 맞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추진하는 등 강경 대처할 방침이다.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한국시장 개방공세를 강화해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자동차협상에서부터 미국에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되는 공세를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지난 1일 슈퍼 301조
연례검토를 보고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무역전략에서 완전한 선진국으로 분류,
개방압력을 강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때문에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으로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할 한국으로
서는 자동차협상이 향후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돌파하는 시금석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협상을 주도해왔던 통상산업부는 미국이 슈퍼301조를 발동,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 것이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시장관련제도를 PFCP로 지정했더라도 양국은 앞으로
12~18개월의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협상기간동안 대화를 통해 자동차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협상기간중 언제라도 보복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슈퍼 301조를 근거로 일방적인 조치를 하거나 한국 자동차산업에 확실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WTO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제소시기는 <>미국이 PFCP로 지정했을 때 <>협상과정중에 있을 때 <>슈퍼
301조 자체를 문제삼을 때 <>보복조치를 당했을 때 <>보복조치를 시행할 때
등 어느 경우에도 가능하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다만 WTO에 제소할 때는 WTO규정에 따라 미국의 조치로 우리산업의 피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 정부는 협상단계별로 산업피해 여부를 분석, WTO제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WTO에 제소할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 주세의 경우처럼 자동차 누진세율을 문제삼아 WTO에
제소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양국이 WTO에 맞제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미국을 상대로 통상전쟁을 치러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에 강경 대처하되 극한상황으로 몰고 갈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통산부 오강현 통상무역실장이 "앞으로의 협상기간동안 원만한 타결을
유도하겠다"고 누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미양국이 다시 협상에 나서더라도 최대 쟁점은 관세인하 및 자동차세
세제개편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한미자동차협상 타결여부는 정부가 세제개편에 대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