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간의 통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미 컬러TV 반도체 쇠고기 주세 등 양국간의 통상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 문제에 일방적으로 슈퍼301조를 적용
했으며 한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해 양국간의 통상마찰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일 "미국정부의 조치는 자국 자동차업계의 이익만을 고려한
유감스런 조치"라며 "실무협상 과정에서 WTO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
사항은 대부분 양보한 만큼 미국이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WTO에
제소하는 등 강력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발표한 슈퍼301조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규정, "농산물 식품 화장품 철강 등의 관심분야에
대해서도 지위에 걸맞는 개방확대를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산업
전반에 대해 시장개방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 양국은 오는 8일과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산 컬러TV 및
반도체 D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조치 <>한국 주세제도에 대한 미국의 WTO
패널설치 요청 <>한국산반도체 S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예비판정 등의
현안을 놓고 자동차에 이어 또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자동차협상에서 일방적인 조치를 당한 정부는 제네바협상을 통해 컬러TV와
반도체 등에서 미국의 폐쇄적인 통상정책을 비판하고 미국이 납득하지
않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쟁해결기구(DSB)에 패널설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O-157균 검출에 대해서도 미국은 "수입저지의도"라고
주장하면서 재검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측에선 국회의원들과 한농련 등 민간
단체들까지 나서 수입금지를 주장하는 등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는 미국의 공동재검 요구에 불응키로 했으나 미국은 문제의
네브래스카 쇠고기의 수입중단에 강력히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양측의
대립이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은 한국의 한보철강 처리문제와 기아자동차 지원시책까지도
여차하면 불공정시비를 걸어올 태세를 보이고 있다.

< 이동우 기자.워싱턴=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