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전격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
우선협상대상국 관행(PFCP)으로 지정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
통상정책이 "강성"으로 돌아설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측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제소로 맞설
예정이어서 향후 한.미간에 본격적인 "통상 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 정부의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불공정 반덤핑 조치를
WTO무대로 옮겨놓은 상태다.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정부의 기류가 급랭하고 있는
원인을 의회와의 "파워 게임"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최근 미 의회를 대상으로 통상교섭 신속처리권한
(패스트 트랙)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지만 의회의 반발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행정부로서는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보복조치를
발동, 한국업계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워싱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의회에 대해 "행정부는 주요 시장에 대한 개방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시위용으로
한국 자동차업계가 이용됐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은 USTR가 슈퍼 301조 연례보고서를 전격 발표한 1일 오후
(한국시간 2일 새벽)직전까지만 해도 국무부 일각에서 PFCP 같은 최악의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행정부처 내에서조차 보고서
내용 채택을 놓고 이견이 맞섰던 점에서 알 수 있다.

국무부 등의 온건론자들은 한.미 자동차 문제와 같이 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 PFCP를 발동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신중한"대응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찰린 바셰프스키 USTR 대표는 "지금 물러서면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 관심시장 개방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진다"는
강성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바셰프스키는 지난 30일과 1일 연달아 열린 하원 운영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패스트 트랙에 대한 의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수용"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미 정부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PFCP를 발동함에 따라
한국정부와 업계는 향후 1년간 미국과 고달픈 개방 줄다리기를 벌어야
하게 됐다.

미국 통상법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PFCP로 지정한 부분에 대해
발표 시점에서부터 21일내에 조사를 개시하며 조사 개시와 동시에 해당국과
양자협의를 개시하도록 돼 있다.

협의 기간은 최대 18개월로 돼 있다.

이 협의기간 내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USTR는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발동하게 돼 있어 향후 협상 추이가 남은 관심사로 대두되게 됐다.

한.미 양국은 이에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워싱턴에서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과 관련한 제3차 협상을 벌였으나 미국측이 한국의 수입 승용차에 대한
관세및 내국세를 인하 조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 한국측의 거부에 따라
결렬됐었다.

한국정부는 그러나 세제 문제 이외에 <>자가인증제도 도입 <>완성검사
면제 <>안전검사 면제 상한 기준설정등 형식 승인 분야에서는 미국측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등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 뉴욕=이학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