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15개계열사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29일로 끝났다.

협약대상계열사중 기아정보시스템 삼안건설기술공사등을 제외한 13개
계열사가 이날까지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았다.

재산보전처분 계열사들은 전날까지 4개사에 불과했으나 이날 법원이 부도
유예협약 종료를 의식, 무더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결정이 안난 기아정보시스템도 30일께 재산보전처분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삼안건설기술공사는 자체정상화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어 재산보전
처분이 없이도 부도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이들 회사는 비록 부도가 나더라도 당좌거래가 정지되지는 않는다.

현행 어음교환소 관리규약 제66조에 따라 법적으로 가해진 지급제한을
벗어나 부도가 난 기업은 당좌거래정지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당좌거래계좌를 통한 어음발행과 결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채권.채무의 동결로 당좌한도는 늘릴수도, 줄일수도 없게 된다.

또 구당좌를 폐쇄하고 신당좌를 개설할 수도있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13개사의 당좌거래가 유지된다고 해서 기아측의 자금사정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화의를 신청한 상태인 만큼 금융권에서 진성어음을 할인해줄리 없기 때문
이다.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한 기아어음을 선뜻 받을 협력업체도 없을게 분명
하다.

따라서 기아자동차 등은 앞으로 상당기간 현금장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은 금융권으로부터 추가자금지원을 전혀 기대할수 없는 실정
이다.

정부역시 냉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모르지만 화의를 고집하는한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
는게 정부의 일관된 자세다.

협력업체지원도 법정관리때만 고려할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현재 기아자동차의 경우 자동차판매등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이 하루평균
2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협력업체에 대한 누적된 결제금액도 하루평균 2백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설명이다.

인건비 공장운영비등의 마련조차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하루에 20억~40억원 수준의 물품대를 지급하는 아시아자동차도 자체자금난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동진금속 (주)대성 고려전기등 3개 협력업체는 이미 지난주에 부도가
나버렸다.

기아그룹의 주력이 이지경이니 다른 계열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계열사들의 자금사정은 재산보전처분과 당좌거래유지
여부와 전혀 상관없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협력업체 물품대금결제및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수 있는 길은 없는가.

이에대한 채권단의 대답은 29일 제2차 대표자회의에서 나왔다.

바로 법정관리신청이다.

채권단은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자구이행및 경영합리화조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자금지원에 나설수 있다고 밝혔다.

운영자금 수출환어음 지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진성어음할인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아가 과연 법정관리를 수용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