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메가냐, 64메가냐"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대만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의 세대교체시기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따라 양진영간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업체들의 입장은 한마디로 주력제품을 16메가D램에서
64메가D램으로 조기에 전환하겠다는 것.

반면에 미국과 대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늦추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차이를 반영, 한국과 일본은 16메가 가격의 안정과 64메가의
자연스런 가격하락을 통해 비트크로스(메가당 가격이 같아지는 것)의 조기
도래를 유도하고 있으나 미국과 대만은 16메가의 가격인하를 불사하면서까지
비트크로스를 연기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 연말께로 예상되던 비트크로스 시기가 다시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입장차이는 64메가에 대한 준비 격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선 64메가 양산기술과 선발투자의
이점을 활용, 이 시장에서 최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전략인 반면 미국과
대만은 64메가에 대한 대비가 덜돼 세대교체가 조기에 이뤄질 경우 위기가
닥칠수 있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양 진영간의 골은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가 16메가의 생산을 대폭 늘리고 대만업체들이 양산에 들어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회로선폭의 줄여 웨이퍼당 칩생산을 늘리는 축소
(슈링크)기술을 최대한 활용, 16메가의 월 생산량을 최근 1년새 3배이상
늘려 월 3천2백만개씩 생산해내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16메가 시장을 뒤흔들고도 남을 물량이다.

윈본드 TSMC TI에이서등 대만업체들도 16메가D램을 올 하반기부터
양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16메가의 현물시장가격은 5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속락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은 주력이 16메가인 만큼 싫던 좋던 이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더 이상 16메가를 붙들고 있어봐야 별 재미를 못볼
것으로 판단, 64메가 생산을 대폭 늘리며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재 16메가의 개당 가격은 한국업체가 고정거래처에 납품하는 가격은
7~8달러, 대만업체가 주도하는 스폿시장가격은 5달러선에 머물고 있으며
64메가는 고정거래가격이 32~34달러, 스폿시장은 28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는 반도체업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게 아니라 수요업체인
컴퓨터업체와도 맞물려 있어 컴퓨터업체의 움직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