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기로 했던 기아자동차노조(위원장 이재승)가
시한부 파업으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수정으로
해석된다.

이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대략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 <>회사측의
만류 <>국민여론 악화 <>불법파업에대한 공권력의 경고 <>채권단의 기아사태
해결책 결정시기 연기 등으로 나눠볼 수있다.

이 가운데서도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은 노조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산보전처분으로 기아자동차는 부도유예가 끝나더라도 한동안 채권,
채무가 동결된 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수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제혁사장 등 기아자동차 경영진도 28일 하룻동안 소하리공장을 찾아가
노조측에이 점을 집중설명하고 파업을 자제해 주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측의 만류에는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도 직접 가담했다.

김회장은 노조측이 무기한 전면파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잘못된
결정"이라며 노조측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회장은 기아자동차의 자력회생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생산과 판매가 무엇
보다 중요한데 노조측이 전면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사태만 악화시킨다며
노조측에 정상조업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여론도 노조측에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노조측은 생존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파업명분을 세웠지만 이런
명분에 관계없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파업은 불경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노조측의 악수"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이 이같은 인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녀온 강성이미지가 크게 작용해 노조측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채권은행단이 당초 부도유예만료일인 29일 기아사태 해결책을 결정하지
않기로 하고 다음달 6일까지 결정시한을 미룬 것도 노조측의 유연한 대응을
낳게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이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기아자동차가 숨을 고를 여유가
생긴 가운데 채권단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파업을 감행한다
는 것은 여론의 호응을 얻는데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노조측은 판단한
것이다.

이밖에 노동부 등 정부당국의 불법파업에 대한 경고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권력과의 정면충돌은 결국 노조측에 많은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과한채 섣불리 공권력과 전면전을 벌였다가 노조마저 와해되면
기아자동차의 제3자 인수만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점 등을 감안해 이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당초 정했던 무기한 전면
파업에서 시한부파업으로 파업강도를 낮추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조측의 이같은 방침 선회가 실현되려면 대의원대회나 조합원총회
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다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