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을 뿌리로 한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간에 사이좋은(?)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두 그룹이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특히 최근들어 잇달아
상대방이 벌이고 있는 사업에 진출,앞서거니 뒤서거니 닮아져 가고 있다.

사업내용이 다양한 주력기업들간의 경쟁은 특히 볼만하다.

효성T&C는 지난94년부터 정수기사업을 벌이고 있는데("효성듀라인")
이에대해 (주)코오롱도 지난해 사업에 착수, 올해부터는 "하이필"이란
이름으로 대대적인 판촉에 돌입했다.

두 기업 모두 중공사막필터를 쓰고 있다.

코오롱은 전사원을 통해 창사이래 최초의 전사적인 판촉에 나섰으며
이에 뒤질세라 효성은 정수기보상판매에 돌입,맞불작전에 나섰다.

패션사업에서 효성쪽이 계열사인 원미섬유공업을 합병한(87년)
원미섬유사업부를 두고 맨하탄 발렌시아가 등 와이셔츠, 남성캐주얼인
존헨리,유니섹스브랜드인 DO2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해 (주)코오롱도
95년 패션사업에 착수, 여성하이패션브랜드인 파라오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프랑스아동복브랜드인 익스를 도입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필름분야는 (주)코오롱이 나일론필름(91년부터 생산)과 폴리에스터필름
(84년부터 생산)에서 모두 효성보다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효성도 효성T&C가 지난95년 대전공장을 지어 나일론필름생산에
착수했고 플리에스터필름도 효성생활산업도 지난7월 구미공장에서
연산1만2천t규모로 식품포장재용 폴리에스터필름생산에 들어갔다.

효성생활산업(구 동양폴리에스터)이 베트남에서 효성비나라는 직물공장을
완공, 가동에 들어가자 (주)코오롱도 베트남에 직물공장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이 효성T&C 효성바스프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을 통해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에서 우위를 점하자 코오롱은 (주)코오롱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이외에 지난해(주)KTP를 설립,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코오롱은 (주)KTP공장을 김천에 짓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에서 코오롱이 코오롱정보통신을 설립하고 94년 신세기통신
(017)의 제2대주주로 참여한데 이어 효성은 지난해 한통프리텔(016PCS)에
역시 제2대주주로 참여했다.

레저와 유통분야에서의 혼전도 만만치 않다.

코오롱개발이 지난4월 코오롱개발을 설립, 콘도 골프장 등 종합레저산업에
진출하자 효성은 얼마전 두미종합개발을 설립, 골프장 등 레저산업진출의
첫걸음을 뗐다.

코오롱이 코오롱할부금융의 자회사로 코오롱파이낸스를 설립(96)한데
이어 효성도 올해 효성파이낸스를 설립,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코오롱이 편의점 로손을 인수(94년12월),유통업에 진출한데 이어 효성도
효성생활산업을 통해 미국샌드위치체인인 "찰리"직영점을 곧 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기준으로 두 그룹을 비교하며 효성은 매출로는 재계 11위(6조),
코오롱은 15위(4조7천억원)으로 다소 격차가 진다.

그러나 종합상사의 실적(효성물산 2조7천6백억원, 코오롱상사
1조6천6백억원)을 제외하면 두 그룹간의 매출차이는 4천억원으로 줄어든다.

자산기준으로는 효성이 17위(3조6천억원),코오롱이 21위(3조2천억원)로
역시 4등급차이가 있으나 그 차이는 큰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두 그룹간의 경쟁은 서로 상대방의 업종에
진출하면서 더욱 유사해져 하고 있는 느낌이다.

코오롱은 이웅열회장 취임이후 확바꿔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으며
효성도 지난해 9월부터 "공격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것까지 비슷해서 앞으로
이들 그룹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자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