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최승욱 기자 ]

홍콩에서 개최된 제52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ORLD BANK) 연차총회
가 25일 폐막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국가별 쿼터증액 문제가 타결됐고
회원국들간 자본거래를 확대한다는 원칙아래 자본계정을 IMF의 관할대상으로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검토한다는데도 합의했다.

특히 동남아 외환위기가 심화될 경우 다른 지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인식아래 회원국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문제는 일단 보류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등 구체적인 위기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는 실패했다.

<> 쿼터문제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를 통해 IMF의 쿼터지분을 10년만에
0.554%에서 0.779%로 확대, 지분순위를 1백81개 회원국 가운데 36위에서
28위로 끌어올려 향후 IMF에서의 발언권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쿼터증액으로 약 11억달러를 추가출연해야 하지만 경제
위기시엔 출연액의 3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받을수 있어 외환운용에
여유를 가질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당초에는 1%까지 쿼터를 늘리기 위해 뛰었으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비율에 만족해야 하게 됐다.

<> 대외경제협력 활동 =이번 총회에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이경식 한은총재 등 대표단은 연설, 면담, 인터뷰 등 각종 활동을 통해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하고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부총리는 특히 리펑(이붕) 중국총리, 이젠슈테트 미국무부차관 등 각국
고위지도자와 만나 양국간 이해증진에 노력했으며 미키 캔터 모건스탠리고문
등 각국 금융계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그동안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금융개혁을 비롯한 폭넓은 구조개혁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전환기적
어려움이 극복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번 면담에서 올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우리경제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동남아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캉드쉬 IMF총재는 한국경제의 기초 경제여건이 좋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구조조정과정에 있으나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 금융업계의 인사들중에는 기아의 화의 신청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등 최근의 국내금융사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계 인사 3백면을 초청해 이루어진 한국경제 설명회에서는 많은
인사들이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붓는 등 이들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 내지는 못했다.

<> 북한 지원문제 =강부총리는 24일 수석대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IMF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적극 지지하며 각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IMF가 북한의 가입에 앞서 북한 지원을 위한 워크샵을 갖기로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 금융위기 공조문제 =이번 총회의 가장 큰 괌심중의 하나는 동남아
금융위기였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와 조지소로스가 설전을 벌이는 등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렀던 문제가 동남아 금융위기 문제였다.

일본은 이번 총회에서 일본의 주도로 한국 중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통화펀드
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창했으나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회원국들은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동남아의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데
의견은 모았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는 의견들이 엇갈려 동남아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