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한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아인터트레이등 기아그룹 4개사에 대해 채권금융단이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4개사에 대한 화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기아그룹이 법원에 제출한 화의조건에 대해 모든 채권금융기관이
수용할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기아그룹이 CB(전환사태)발행등을 통해 해외에서 차입한 4천1백77억원에
대해서도 우선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이날부터 사실상 중단된 기아그룹 협력업체에 대한 어음할인등의
문제도 미리 해결돼야 한다.

더욱이 채권단이 이미 기아자동차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김선홍
기아회장의 사표및 감원등에 대한 노조동의서 제출을 둘러싼 기아와 채권단
의 감정대립도 계속되고 있어 기아사태해결은 말그대로 "산넘어 산"인 형국
이다.

<> 화의조건에 대한 이견 =기아그룹은 지난 22일 법원에 제출한 화의조건
에서 신용채권(무담보대출금 및 융통어음)에 대해서는 1년 또는 2년거치
5년분할 상환으로 연 6%의 이자를 지급하고, 담보채권에 대해서는 2년거치
5년분할로 연 9%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채권 가운데 신용채권은 광주공장 매각대전으로
99년에 3천억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대출금은 2000~2004년중 분할상환하며
담보채권은 담보부동산을 매각해 상환하겠다고 제시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그러나 기아측의 이같은 화의조건은 결코 수용할수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것은 이자율.

은행은 물론 종금사 할부금융사등도 기아측이 제시한 이자율(신용채권은 연
6%, 담보채권은 연 9%)은 터무니없는 조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아측이 화의를 신청하더라도 일반대출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
연 8.5% 안팎)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기아가 이런 조건을 고수한다면 화의에 동의해 줄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원금의 5년분할상환조건에 대해서도 당장 어음결제도 불가능한
기아가 어떤 방법으로 원금을 상환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단순히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이같은 조건을
내걸었다고 혹평하고 있다.

기아에 대한 신용대출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종금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종금업계는 이날 28개 종금사 임원회의를 열고 기아가 화의조건으로 제시한
신용채권에 대한 이자율 연 6%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 24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반영키로 했다.

리스사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등 제3금융기관들도 이자율을 이렇게 낮게
하느니보다는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대해 기아그룹은 법원에 제출한 화의조건은 임시적일뿐 얼마든지
채권단과 협의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채권단들은 24일 운영위원회와 26일 채권은행장회의를 열어 화의조건과
동의여부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할 계획이다.

<> 해외채무정리 =4천1백77억원에 달하는 기아의 해외채무에 대해서도 아무
대책이 세워져 있지 않아 대외신인도하락 등의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의 해외채무중 CB(전환사채) BW(주식인수권부사채) 등 해외증권은 모두
4건에 2억2천8백만달러(2천79억원)에 달한다.

기아는 지난 90년이후 발행한 5억5천4백만달러어치의 해외증권중
1억6백만달러의 상환을 완료했다.

건별로는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에 각각 8천만달러규모로
발행한 CB 2건 <>기아자동차가 95년2월에 발행한 BW 5천만달러 <>기아정기가
94년7월에 발행한 CB 1천8백만달러 등이다.

나머지 해외채무는 무역금융등 단기금융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해외증권은 만기가 5년에서 15년으로 아직 많이 남아 있으나 ''차주의
신용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만기전이라도 상환을 요구할수 있다''는
디폴트조항으로 인해 해외의 채권보유자들이 상환요청을 해올 것으로 전망
된다.

재경원은 이들 채권이 모두 무보증으로 발행돼 있으며 상당부분을 국내
금융기관 현지법인이나 지점등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하락과 다른 대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의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기아사태직후인 지난 7월 해외채권자들이 풋옵션(중도상환
청구권)을 행사한 기아특수강 발행 해외CB 3백5억원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을
통해 대신 상환해줬으나 이번에는 별다른 지원책을 마련할수 없는 상황
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기아자동차가 기아특수강CB에 대해 지급보증한 점을 감안, 해외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지원했으나 현재는 기아자동차가 정상적인 자력
갱생을 포기한 상황이어서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인도네시아국민차사업등 기아가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합작및
협력사업들도 차질이 예상된다.

부도유예협약은 부도이전의 정상적인 기업경영상태이지만 화의는 법원의
힘을 빌려 회생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기아의 해외사업도 정상적인 경영과정
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김회장의 사표및 노조동의서제출에 대한 이견 =채권단은 김회장의 사표
제출 등은 화의동의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일은행관계자는 "화의는 주주의 권리만 인정되는 것이지 전문경영인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화의신청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사표
징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만일 기아가 김회장의 사표등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화의에 동의해
주지 않거나 동의하더라도 추가자금지원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아그룹은 이에대해 "김회장을 중심으로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김회장의 사표제출여부는 화의성립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하영춘.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