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가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지 1년이 흘렀다.

당초 국내가전시장에 일대 변혁을 몰고올 것처럼 보였던 DVD는 그러나
아직 국내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과 거의 동시에 DVD를
상품화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 판매한 것은 현재까지 고작 3천여대.

월평균 3백여대를 넘지 못한다.

그나마 연구소나 대리점의 시연회용을 제외하면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된
물량은 2천여대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초부터 DVD를 시판하기 시작한 LG전자도 현재까지 5백여대정도를
팔았을 뿐이다.

내수경기의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기대 이하라는 게 가전업계 담당자의
분석이다.

반면 미국내에선 40만대의 DVD가 팔려나갔으며 일본은 10개월만에 2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DVD판매가 의외로 부진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다.

8월말 현재 DVD용 타이틀은 삼성영상사업단 LG전자 등에서 나온 12개가
전부다.

소비자가 하드웨어를 구입하더라도 실제 영상물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2백여개의 타이틀(영화가 90%)이 나와있으며 일본 역시
다큐멘터리물 1백여개를 포함해 2백여개의 타이틀이 출시돼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올하반기에는 좀 나아질 전망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이 내달중 소프트웨어 15개를 비롯해 연말까지 40여개의
타이틀을 시판한다.

또 LG를 비롯해 새한미디어 SKC 코리아실렉트웨어 등도 각각 10여개
내외의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1백여개의 타이틀이 새로 선을 보이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월 들어 출시되는 타이틀이 늘어나면 수요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LG는 DVD 시장확대와 관련해 서로 다른 전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DVD시장이 충분히 형성되기까지는 내수보다는 수출쪽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DVD를 미국시장에 론칭한 데 이어 중국 호주 유럽 등지로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또 맨처음 출시한 DVD재생모델에 이어 복합형제품과 월드와이드형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DVD플레이어 보다는 DVD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DVD플레이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간 국내외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놓은 CD롬 드라이브사업의 연장선에서
DVD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DVD플레이어보다 DVD롬사업의 팽창속도가 빠르고
수익성도 높을 것"(전자산업진흥회)이라는 분석도 LG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는 최근 DVD롬 드라이브 양산을 시작했고 올 연말까지는 2세대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시장을 겨냥한 플레이어 수출은 올 연말께로 늦춰잡고
있다.

DVD개발에 각각 1백억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삼성과
LG의 서로 다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