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11일 이틀째 워싱턴에서 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문제를 놓고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서로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측은 저당권설정문제등 몇가지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측을 만족
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이달말로 다가온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여부를 지켜보고 대응할수
밖에는 절박한 상황이다.

양국 협상에 때맞춰 크라이슬러 포드 GM등 빅3의 회장들은 클린턴대통령
에게 "한국시장개방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노골적인 민.관 합동 통상압력이 한국자동차시장
에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빅3 회장들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상황이 빚어진 이상 미국정부,
특히 무역대표부(USTR)가 강공을 펴는 것은 당연하고 앞으로 이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동차협상이 위기국면이라는 것을 현지에서 감지한 한국대표단은 미국의
요구중에서 세제개편과 관세인하 외에는 웬만한 것은 들어주기로 했지만
미국을 만족시키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메이커들의 자체 안전도검사를 그대로 인정해 주겠다고 양보
했고 미니밴을 승용차로 분류하려는 정부방침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동안 승합차로 취급돼온 미니밴이 승용차로 분류될 경우 세금부담이 늘고
결과적으로 미국산 미니밴의 판매가 줄어들수밖에 없다는 미국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값비싼 외국차를 할부로 사서 중고차로 되파는 사기사건을 막기위해 등록
원부에 "할부금융대상차량"이라는 스탬프를 찍는 방식으로 승용차에 대한
저당권설정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한국대표단이 정부 일부부처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런 타협안을 제시한
것은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로선 이달말로 다가온 미국의 슈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
(PFCP)지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PFCP로 지목되면 미국과 1년내지 1년6개월동안 집중적인 쌍무협상을
벌여야 하고 그 기간중 타협이 나오지 않으면 미국의 보복관세 등을 각오
해야만 한다.

한국대표단은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당장 가능한 기술적이고 행정적인
개방조치를 제시했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미국의 핵심요구가 "관세인하와 세제개편"이고 보면 이것으로 만족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한국측의 분석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슈퍼301조 발동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측은 PFCP로 지정되더라도 최소한 1년, 최장 1년6개월정도 시간을
벌수 있다는데 착안하고 있다.

이 기간중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판매가 늘어나고 세제에 대한 관계부처간
의견이 어느정도 조율되면 미국을 이해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PFCP지정이후 협상을 대충대충 끝내고 바로 보복관세를 물리는
식으로 계속 강공을 펴는 경우가 문제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 즉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식으로
맞받아칠 방침이다.

이제 한.미자동차협상은 미국의 민.관합동공세와 우리측의 시간벌기식
대응으로 압축된 양상이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