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옮겨갈 집의 부엌을 새롭게 개조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집 전체를 고치지 않더라도 부엌 만큼은 최대한 편하게 바꿔 가사노동을
줄이려는게 요즈음의 추세다.

한샘 에넥스 동양토탈 등 부엌가구 전문업체들도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갖가지 새로운 시스템의 부엌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부엌을 개조하려면 과연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메이커 구분없이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부엌가구의 큰 흐름은 토털키친
시스템이다.

단순히 밥하고 설거지하는 싱크대 개념에서 벗어나 인체공학적인 설계에
기초해 거실과의 인테리어적 조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냉장고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들이 부엌가구 속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빌트인(Built In)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거실같은 부엌, 휴먼키친, 하이테크키친, 인텔리전트키친, 토털시스템이란
말들이 전혀 낯설지않게 느껴질 정도다.

한샘 에넥스 동양토털 등은 세계적인 부엌가구의 변화추세에 한국적 가정의
특수성을 가미, 편리하고 산뜻한 제품을 수십가지씩 내놓았다.

얼핏보기에는 서로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메이커별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제품의 종류가 많은 만큼 소비자들은 이들 회사제품의 특징과 가격을
잘 비교해 자기 취향과 부엌구조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 부엌가구의 변화추이

부엌이 가족들이 모여 요리하고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요한 장소로
부각되면서 거실과의 경계가 없어져 가는 추세다.

따라서 색상과 인테리어 배치 등에서 거실가구와의 조화나 일체감을 고려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소재에서는 고급분위기를 내는 원목계열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

또 과거처럼 무조건 부엌가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리 부엌가구회사와
함께 부엌구조를 설계한 다음 자기 집안에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엌가구는 쓰기 나름이지만 가구회사들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체
주기가 과거에는 10~15년이었으나 최근에는 7~10년정도로 짧아졌다.

또 아파트 선택사양으로 처음부터 시스템치킨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가격

물론 큰 평형의 주택에 배치되는 제품일수록 비싸지만 같은 평형이라도
재질과 기능에 따라 가격차이는 3~4배까지 난다.

대체로 25평형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경우 개수대 가열대 조리대 벽장
레인지푸드 기능장 등 기본적인 가구를 포함한 중간제품의 가격이 1백50만원
정도다.

32평형은 25평에 비해 기본 제품들의 규격이 조금 더 커지고 키큰장 등
별도 제품이 추가된 중간제품의 가격이 3백만~4백만원선이다.

45평형에는 대부분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가 가구속으로 들어가는
빌트인제품들이 많이 채택된다.

이들 제품의 중간가격대는 6백만~7백만원선이다.


<> 메이커별 제품특성

한샘의 경우 전문적인 설계능력과 디자인기술을 장점으로 들수 있다.

거실과의 조화는 물론 하루의 많은 시간을 부엌일로 보내는 주부들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
한샘의 설명이다.

에넥스는 버튼 하나로 작업대가 신체에 적합한 높이로 조절되는 엘리베이션
시스템을 개발, 자사의 제품들에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요통등 주부들 가사질병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가구의 일률적인 높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 결과다.

동양토털의 경우 맞춤성을 강조한다.

다른 회사에 비해 수작업과정이 많아 각 가정의 부엌에 맞게 변형이
자유롭고 버려지기 쉬운 코너를 활용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계열사인 동양매직과 연계한 빌트인 제품들에도 장점을 갖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