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역에서 최초가 아니라면 최초로 뛰어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라"
(최초영역의 법칙)

탈모방지제인 "Dr.모(닥터모)"를 시판중인 태평양제약은 이 법칙을 마케팅
현장에 접목시켜 재미를 보고 있다.

닥터모 출시를 앞둔 지난해초 태평양제약 마케팅담당자들은 제품컨셉트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머리카락이 나게 하는 발모제로 하느냐, 마느냐"

토론과 논란을 거듭하기를 수십번, 마침내 "남이 가지 않은 길"인 탈모
방지제로 방향을 잡았다.

새로운 시장을 위해 최초영역의 법칙을 쓰기로 한 것이다.

탈모방지제로 컨셉트를 정한후 테스트마케팅에 나섰다.

대상지역으로는 표본시장인 서울이 아닌 부산을 택했다.

서울과 소비행태가 비슷한데다 광고비 등 마케팅비용이 덜 들기 때문.

작년 3월 부산의 대형약국을 몇개 골라 제품을 출시하고 부산지방지에
한두차례 광고를 내보냈다.

그후 지난해 6월까지 첫 4개월동안은 월평균 1천2백개가량 판매되었으며
7월부터는 2천개수준으로 늘어났다.

탈모방지제는 장기효과제품이기에 적어도 3~4개월은 지나봐야 시장의
반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출시된지 4개월쯤 지나 판매량이 2배로 늘어난 사실은 소비자들이 닥터모의
탈모방지효과를 인정한다는 증거였다.

테스트마케팅 8개월만인 작년 11월 본격적으로 전국판매에 나섰다.

전국판매개시 첫번째달이라 회사의 푸시(밀어내기)전략으로 6천7백개가
나갔다.

그러나 그후 올 2월까지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본격판매에 맞춰 광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연말은 한해 광고예산이 바닥나는 때라 어쩔 수가 없었다.

올해 광고예산이 확정된후 지난 3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신문 잡지광고를
시작했다.

그러자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현재 월평균 8천개에 육박하고 있다.

본격 판매에 나선 지금 태평양제약은 두가지 마케팅전술을 펼치고 있다.

하나는 관계마케팅을 통한 기존고객관리.

제품을 써본 고객들이 보내온 제품설문엽서와 신문광고에 실린 제품문의
딱지를 엽서에 오려붙여 보내온 잠재고객들의 엽서를 모아 고객카드로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는 50일마다 정기적으로 조그만 선물과 함께 설문지를 발송,
고객들과의 연결끈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에 시작해 7월말에 두번째 설문지를 보냈으며 이달 중순에 세번째
설문지를 보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50일간격으로 설문지를 발송, 한번 고객을 평생고객으로 만들어갈
방침이다.

제약업계에서 고객들에게 설문지와 선물을 보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은
흔한 일이나 한두번으로 끝나고 만다.

닥터모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히 실시하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이는 제품의 효능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닥터모는 아주대의 임상실험결과 10명중 약7명꼴로 탈모방지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이발관모니터링제도.

서울시내 이발관중 2백여곳을 선정, 견본제품을 전시해 놓고 샘플을
이발관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전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발사에게는 닥터모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을 체크해 본사마케팅팀으로
알려주도록 해 마케팅자료로 활용중이다.

소비자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기존의 발모제시장을 버리고
탈모방지제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태평양제약의 닥터모.

"있을 때 지키자"는 현실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소비자들에게 한발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