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규모로 경쟁할수없다.

한 품목이라도 깊고 두텁게 파고들어야 한다.

남의 것 들여다가 베껴서 팔다가는 영원히 크지못한다"

교량용품및 부품전문업체인 KR의 김기중사장이 지난85년 창업이래 줄곧
믿어온 신념이다.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KR는 종업원 78명규모의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이같은 경영방침아래 교량용품및 부품의 기술력과 품질에 관한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량난간과 신축이음장치, 교좌장치, 방호책등 교량시설물및 부품에 관한
의장 실용신안 특허등이 2백여종 등록돼있다.

현재 출원중인 것만도 50여종에 이른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알루미늄 교량난간이 국내최초로 KS를 취득했을
정도.

95년 파키스탄의 라오레와 이슬라마바드 고속도로 3백40 구간의 교량용
신축이음장치 수주경쟁에서 스위스의 VSL, 프랑스의 씨펙등 세계유명업체를
제치고 1백여만달러어치를 납품하는 개가를 올렸다.

최근엔 베트남에 15만달러상당의 교좌장치및 신축이음장치를 수출키로
하고 오는 11월 선적한다.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등지에 각종 교량용품을 수출해온 KR의
올해 매출액목표는 2백50억원.

지난93년 52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후 매년 30%이상 꾸준히 신장해왔다.

KR가 93년초부터 추진해온 품질경영의 특징은 사내 "시공기술교류회"의
활성화와 품질혁신팀및 품질분임조활동으로 기술개발및 품질향상을
획기적으로 이룩해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실용신안 의장 특허와 신제품이 모두 품질경영에서 비롯된
결실이다.

각 생산부서장과 직반장, 시공업체의 소사장및 팀원으로 이뤄진 시공기술
교류회는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제품의 문제점을 제안하고 품질및
시공 개선방안등을 연구한다.

알루미늄조인트의 국산화도 이 가운데 이뤄졌다.

시공기술교류회는 기존의 교량용 고무조인트가 내구성이 약하고 교량의
누수현상이 일어난다는데 착안, 시공이 간단하고 반영구적인
알루미늄조인트를 개발해내는데 견인차역할을 했다.

알루미늄조인트는 차량주행시 평탄성이 우수하고 유지보수비가 저렴해
양산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개발후 당시 이 부문의 매출액보다 7배 늘어난 연간 70억원을
기록하고있다.

70명이 5개 분임조로 나뉘어져 활동하고있는 품질분임조역시 매달 1명당
1건씩 제안하게돼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개발한 차량방호책(고강도알루미늄)은
품질분임조의 제안으로 이뤄진 케이스.

방호책의 안전성을 높이기위해 방호책내부에 그물형태의 와이어 로프를
설치, 차량이탈을 방지케 한 것.

승차자의 상해및 차량의 파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이 제품은 현재
영동대교 동호대교 서강대교 부산구포대교 춘천소양2교등에 설치,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유럽 일본등지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독일의 마우라 GMT, 일본의
오일래드등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지명도가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신력있는 상품을 내놓는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수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지요"

김사장은 "종래 교량시설물및 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오고있는
실정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경영의 성과로 "각자 맡은 분야밖에 몰랐던 경영진 임원들이
회사전체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게돼 경영감각을 갖추게됐고 전 종업원의
애사심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 신재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