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공업용 고압가스 수급 비상이 걸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액체 고압가스 공급의 30~40%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냉열의 평택공장(월 1만1천t생산)이 최근 파손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 철강, 전자, 화학 등 수요업체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생산라인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케이블 접속제가 일본에서 주문
생산되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데 최소한 4개월, 사고구간 선로연결에
20일이 소요돼 빨라도 5개월 이후에나 복구가 가능할 전망이어서 내달부터는
전 산업계에 걸쳐 심각한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냉열로부터 액체고압가스를 받아 일반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대성산소의 경우 인천제철, 환영철강, 제일제당, 동양화학 등 일부 거래
업체들에 대해 30~50%씩 감량공급에 들어가 이들중 일부업체는 조업단축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또 한국산업가스, 프렉스 에어코리아 등 나머지 고압가스 제조업체들도
일부 수요업체에 감량공급을 통보했다.

대성산소의 이상원 영업부장은 "반도체, 전자 등 국내 주력산업이나 병원
등 생명과 직접관련되는 곳에는 가스를 우선 공급하고 있으나 서울냉열의
가스생산 중단이 앞으로 1개월이상 계속될 경우 이들 분야에도 가스공급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공업용 고압가스는 철강, 화학, 제약, 기계정밀 등
거의 전 산업분야에 쓰이기 때문에 생산중단이 장기화되면 제조업체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인천제철의 경우 이미 일부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서울냉열의 가스공급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내달부터는 생산에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전망이다.

한화에너지 등 정유업계도 현재까지는 재고 등을 동원,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하고 있으나 내달부터는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 긴급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대건설 등 용접 및 철골구조물 커팅에 고압가스를 사용하는 건설업계도
기존 거래처외에 전국의 공업용 고압가스 업체를 총동원, 가스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워낙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제일제당 미원 종금당 한미약품 등 항생제제조업체들도 공업용압축
가스 공급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등 전자업체의 경우 가스업체들의 우선공급 대상이어서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
하다는 판단아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전국 1백50여개의 가스충전소는 이미 가스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며 이들 영세업체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산업용 고압가스는 철강공정상 쇠의 용해촉진과 의약 및 식품제조의
냉매용, 유화업계의 저유황 경유 및 등유 생산 및 폭발방지용, 반도체 전
공정의 질소산화 방지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며병원의 경우 응급실 산소
마스크와 인큐베이터 등에 활용된다.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