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 채권은행들은 진로그룹이 제시한 화의조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이후 당좌거래를 재개해줄 방침이다.

은행들은 앞으로 진로그룹과의 의견조율을 통해 화의조건을 변경한다는 방침
이지만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 법정관리까지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진로그룹은 6개 계열사에 대해 대출금 채권의 경우 1~2년 거치후 3~7년에
걸쳐 연6%의 이자로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변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진성어음(상거래채권)은 원금을 18개월 분할 상환하며 이에 대한 법정
이자는 전부 면제받는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9일 "진로측이 제시한 화의조건은 단지 법원에 제출한
것일뿐 은행에 공식 통보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내용으로 볼때 그대로
확정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상업은행은 "진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는 더 검토해봐야 한다"며 "법정관리로 가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진로건설과 진로유통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의 신복영행장은 "일단 화의
에는 동의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금리조건 등은 채권단에 너무 불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은행은 상업은행과 달리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식포기각서를
받아둔 상태여서 만약 법정관리로 가면 전부 소각될 위험에 놓인다고 판단,
법정관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은행도 "진로종합식품만 보면 화의에 동의해주더라도 금융권에 큰 피해
는 끼치지 않는다"며 화의에 동의해줄 방침임을 전제하고, 그러나 화의조건은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진로의 화의조건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금리조건부분.

은행들은 지난 7월말 제2차 진로대표자회의때 결의된 대출금상환유예
금리감면 등의 금융지원을 비교지표로 내세운다.

은행과 종금사들은 당시 최장 98년 9월말까지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되
은행계정 연9~10%, 신탁계정 연9.5%, 종금사 우량기업금리 등의 금리감면에
합의했었다.

은행들은 이마저도 상당히 양보한 것인데 거기서 더 깎아달라고 하는 것은
은행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다.

이같이 채권단이 진로의 화의조건에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진로그룹이 채권단과 "화의"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행감독원은 9일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산업 등 5개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소집, 강신경 부원장 주재로 긴급회동을 갖고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에
따른 동의여부 등 후속대책을 논의, 당좌거래 재개방침을 결정했다.

은행들은 또 이번주안에 운영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뒤 추석을 전후해
금융기관 대표자회의를 열기로 했다.

<조일훈.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