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유예 조치를 전후로 항간에 떠돌던 "내부 비리"루머에
적극 대처하고 나섰다.

기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는 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박제혁 사장, 이재승 노조위원장등 3백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투명경영을 위한 "기아 윤리헌장및 윤리강령"선포식을 가졌다.

또 기아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판매,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등
주요 계열사도 이날 같은 내용의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기아가 이처럼 "기업윤리"를 강조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부도유예
이후 줄곧 기아를 괴롭혀 온 "음해성 루머"를 차단,실추된 기업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것.

기아사태 이후 주변에서는 기아의 경영부실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리베이트 강요 <>경영진의 축재 <>노조간부의 비리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루머가 끊이질 않았다.

박사장이 이날 선포식에서 "기아에 부조리와 부정이 많다는 여론이
형성, 유포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은 음해성 루머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라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따라서 기아가 이날 공표한 윤리헌장및 윤리강령은 상당히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거래선으로부터 금전적 이익이나 접대, 편의제공 요구등을 일체
금지시켰으며 퇴직후 거래선 회사의 취업까지 제한했다.

또 개인당 5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못받도록 했으며 불가피하게 선물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회사측에 신고토록 했다.

기아는 이를 위해 사장 직속기구로 "윤리 사무국"을 두어 직무비리에
대한 심사및 징계를 담당토록 하는 한편 타인의 비리를 고발 수 있는
"신문고제도"도 운영키로 했다.

기아의 이같은 조치는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표면적인 이유외에도
채권단을 향한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추석직후인 20일께 기아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결과가 나온다는
시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이같은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