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적정환율수준을 놓고 외환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국제금융시장의 미달러화 강세에 맞춰 원화의 평가절하(환율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오를 경우 국내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나 증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환율상승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 상반되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데
따른 것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5일 "국내제조업체의 국제가격경쟁력을 감안할 때
달러당 원화의 환율은 엔.달러환율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원.달러환율을 엔.달러환율에 연동, 원화를 평가절하시키더라도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무더기 매도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말 달러당 원화환율이 9백원선을 돌파하면서 1억달러가량의
외국인자금이 이탈, 종합주가지수를 700선 이하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
으로 작용했었다.

이에따라 최근 동경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나 서울외환시장에선
소폭 상승에 그쳤다.

당국은 지금도 별도의 개입없이 환율상승을 어느정도 용인하고 있으며
구두개입을 통해 추가상승을 억제하는 정도다.

그러나 금융기관및 기업들의 가수요심리가 잦아들지 않는데다 일부 투기성
외국인자금도 가세하면서 외환당국은 환율관리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외국인 주식자금 1백40억달러중 40억달러이상이 환율변동에 민감한
핫머니의 성격을 띠고 있어 경우에 따라 시장전체를 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또 일본계 홍콩계은행들이 한국계 금융기관들로부터 외화단기차입금을
회수하고 나서면서 시중의 유동성부족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