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요. 도전에도 나이가 상관있나요"

정보통신업계의 늦깎이 창업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의 벤처기업 마당은 주로 20~30대 젊은이들의 주무대로
알려져 왔다.

최근 들어서는 "무서운" 10대들의 창업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정보통신 관련 사업이라해서 젊은이들에게만
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모험과 청년정신으로 무장한 40~50대 늦깎이들의 도전도 만만찮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아이디어" "기술" 뿐만아니라 세월을 거치면서
쌓게 된 "연륜"이란 좋은 무기가 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ISP)인 넥스텔의 김성현(48)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

24세때부터 합성수지인 FRP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생산업에
종사해 온 그는 지난 94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인 넥스텔을
설립, 국내에 인터넷 바람을 몰고 왔다.

남들이 직장에서 안정을 추구할 불혹의 나이에 생소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것.

그 이유를 김사장은 "도전정신"으로 설명한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고시공부를 하다 시작한 FRP사업에서의
눈부신 성공과 실폐 좌절 이혼 자살기도 극적인 재기를 거치면서 그는
도전정신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했단다.

그의 왕성한 활동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김사장은 지난해 넥스텔을 국내 ISP 중에서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일궈냈다.

올해는 인터넷아이템을 들고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도 역진출하려고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스템의 이웅근(64) 회장 역시 52세였던 지난 85년에야 비전공인
정보통신업계에 뛰어 든 불굴의 청년정신을 과시한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서 19년동안 교편을 잡아 온 그는 지지부진한
문화 정보화사업을 일궈가기 위해 동료교수와 함께 업계에 과감히 뛰어
들었다.

현재 이회사의 주력분야는 컴퓨터용 서체개발과 CTS (컴퓨터조판시스템)
사업.

이 회장은 총 1천7백만종의 서체를 개발, 그동안 일본에서 들여오던
서체를 국산화시켰을 뿐아니라 일본 문부성등에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는 최근 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PC를 통해 인터넷과 방송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인터캐스팅
장비공급분야가 그것.

이순을 넘겼지만 그의 몸은 남의 말보다는 청년정신만 따르는 것 같다.

이회장에 비하면 네트워크게임개발업체인 마리텔레콤의 장인경(46)
사장이나 청미디어의 김양신(43) 사장은 비교적 젊은 편.

서울대 전자공학과 71학번으로 여성 전자공학도 1호인 장사장은
네트워크 게임인 "단군의 땅"을 발표, 국내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진출, 전세계 네트워크 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던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줄곧 프로그래머생활을 해 왔던 김양신
사장도 94년 청미디어사를 설립,네트워크게임과 원격감시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RF (비접촉식) 신용카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C엔터프라이즈사의
전영삼(47) 사장도 3년전에야 정보통신업계에 뛰어든 늦깎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건설과 자동차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져 온 그는
향후 신용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업계의 미래를 보고 이 분야에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고.전사장은 내년께 장외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며
현재 벤처캐피틀들의 투자요청을 처리하기에도 바쁜 상황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외에 신용조회시스템및 정보처리사업을 하고 있는 C&C정보통신의
유재천(47) 사장도 불혹의 고개를 정보통신업계에서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청년정신과 탄탄한 연륜으로 정보통신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이들 늦깎이
사장들의 향후 활약상이 기대된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