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일은행에 대해 총 6천억원규모의 증자를 결정함에 따라 정부는
제일은행 소유지분중 49%가량을 갖게 될 전망이다.

명실공히 막강한 대주주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하지만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경영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제일은행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증자에는 참여하되
제일은행이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정부의 지분율을
최고 49%까지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자율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불간섭"을 액면그대로 믿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불간섭이 문자그대로 선언적인 것인데다 제일은행의 향후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은행이 제출한 자구계획의 실행정도가 약하고 당초 계획보다
이행속도도 느려지면 가차없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당장 국책은행화하지는 않겠지만 주주총회 요구나 인사권 발동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개입에 나설수 있다는 것이다.

류시열 제일은행장의 경영권 포기각서나 자구계획 집행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받아둔 것도 장래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장기포석의 성격이 짙다.

경우에 따라선 정부주도하의 인위적인 합병도 상정해볼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정은 물론 제일은행도 잘 알고 있다.

사실상 정부지배하에 들어간 만큼 자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한시라도 빨리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지분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3~5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기간중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제일은행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