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4일 내놓은 부실금융기관 지원 기본원칙은 정부의 금융지원과
해당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을 반드시 연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어차피 국민경제가 떠맡을수 밖에 없는만큼 특혜
시비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차원에서 불가피한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재경원은 과거와 같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않은채 다음 세대로
넘기거나 3%의 저리 특융제공등 수지보전 효과가 명백한 자금지원은 결자해지
의 원칙에서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작정 돈을 풀어서 부실기업이나 부실금융기관을 구제해준뒤 통화량 증발로
인한 물가상승에 의해 그 빚을 갚기쉽게 해주었던 전례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원리상 "공짜점심"(Free Lunch)은 추방해야 하는 만큼 은행조달
금리수준으로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해당금융기관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이끌어내 금융질서 유지와 금융기관 경쟁력제고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부실금융기관지원 대책이 이같은 효과를 달성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시중은행조차 반응이 냉담하다.

이미 서울은행은 특융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내부 결론을 세워놓고 있다.

1년간 1조원을 연 8%에 빌려쓰는 조건으로 수많은 임직원의 목을 처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종금사는 이날 한은이 특융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당초의 한은특융
거부 입장에서 수용쪽으로 선회했다.

물론 제도 개선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포함됐기는 하다.

하지만 그역시 실효성은 의문이다.

재경원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운용하는 성업공사가 부실채권을 유동화,
정크본드를 발행할수 있게 해줄 방침이지만 대기업의 보증회사채마저 제대로
인수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보증의 위험채권이 과연 잘 팔리지는 의문이
아닐수 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뒤늦은 처방이 강도마저 약해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얼마나 재울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결국 재경원은 특정 금융기관을 지원한다기 보다는 부실금융기관 지원의
원칙을 세우는데 관심을 가졌다고 할수 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