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결혼시즌이 시작됐다.

절기를 따지지 않고 여름이나 한겨울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은 그래도 봄과 가을, 그중에서도 특히 가을에 결혼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가구 가전 예물 예단 등 혼수용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상품을 선보이는 등 올가을 결혼시즌을 겨냥한 판촉전에 이미
들어갔다.

각 업체들은 가을 혼수특수마저 놓치면 더이상 매출부진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판단아래 예비 신랑신부를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올가을에는 혼수구매도 실속위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저축한 돈만으로 인륜지대사를 치르기 힘든 신랑 신부들로서는
부모님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구 가전 예물 예단 등 혼수상품의 구매패턴이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혼수용품 전문점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예컨대 가구의 경우 값이 비싼 백화점에서는 가격조사만하고 실제 구입은
값을 깎아주는 대리점에서 한다는 것.

가전제품은 오디오같은 구색제품은 빼고 대신 냉장고 세탁기 등을 대형으로
고르는 추세이며 예물과 예단은 갈수록 간소화되고 있다.

가전 가구 등 혼수용품 업체들이 새로 내놓은 상품은 어떤게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들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 가구 =가구업체들의 혼수용으로 내놓은 가구는 장롱 침대 화장대 소파
식탁 등 다섯가지.

장식장 책장 TV받침대 등 소품형태의 가구도 많이 나와 있으나 가구업체
들은 이들 다섯가지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롱의 경우 품격보다는 기능, 육중한 것보다는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는
신세대들의 취향에 따라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8~10자짜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롯데백화점의 황영근 가구담당 판매과장은 밝힌다.

또 침대는 높이가 낮고 쿠션이 좋은 제품이, 소파는 가죽대신 천을 소재로
사용해 값을 낮춘게 많이 선보이고 있으며 식탁은 흠집이 안나고 닦기 쉬운
돌식탁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혼수가구를 싸게 사려면 백화점보다는 대리점이나 가구단지 가구업체직판장
등을 이용하는게 좋다.

장롱(10자기준)은 유명브랜드가 2백만원선, 중소브랜드가 1백만원선이며
소파는 유명브랜드 가죽제품이 1백만원선, 중소브랜드 천소파가 50만원선이다

가구대리점의 경우 가게주인의 재량에 따라 백화점판매가에서 5%안팎의
할인이 가능하며 가구단지는 판매업소의 마진때문에 직판장가격보다는 높은
편이다.

백화점의 경우 바로크 동서 레이디 보루네오 리바트 등 유명브랜드 제품과
수입가구 등을 모두 모아놓고 팔기 때문에 고르기가 쉬우나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

백화점들은 값이 비싼 만큼 애프터서비스요원과 가구제조업체 전문요원을
상주시켜 상담 및 사후관리를 해준다.

아현동과 논현동으로 대표되는 대리점밀집지역은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가격협상여지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

취급상품은 아현동은 유명브랜드, 논현동은 수입가구위주이다.

경기도 마석 포천 광명 일산 광주 등 지역에 퍼져 있는 가구단지의 경우
중소가구업체 제품을 주로 취급하므로 유명브랜드보다 값이 싸지만 애프터
서비스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소가구업체들의 직판장은 가구업계가 불황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 만든
것으로 최근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직판장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뿌리깊은 나무" "21세기 가구랜드" 등
3곳이 있으며 판매업체들의 유통마진이 붙지 않아 가격에 거품이 없다.

아낌없는 주는 나무의 경우 모나리자 이노센스 등 1백여 중소가구업체가
공동으로 (주)한벌이라는 판매법인을 만들어 수도권일대 6곳에 1천평안팎의
대형매장을 개설해놓고 있다.

홍선표 (주)한벌 영업기획차장은 "중소가구업체 직판장은 가격이 싸다는
것외에 1백개 회원업체가 내놓은 상품을 비교 구매할 수 있고 전문인력에
의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가전 =일반적으로 TV VT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5개 품목을
필수품으로 꼽는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대형제품을 찾는 예비 신혼부부가 늘어났다.

TV의 경우 29~32인치, 냉장고는 5백30~5백60m리터 짜리, 세탁기는 8kg
이상이 많이 나간다.

혼수가전은 백화점 가전대리점 할인점 전문상가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 제품으로 5개 품목을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장만할 경우 대략 2백50만~3백50만원선이 된다는게 매장관계자들의 설명.

백화점매장은 다양한 제품비교가 가능하고 친절한 설명과 사후관리가
뒤따른다는 점이, 대리점은 가격협상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 이점으로 꼽힌다.

할인점의 경우 가격이 싸지만 한정된 품목이 진열돼있어 선택폭이 좁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값으로 보면 용산전자상가 등 전문상가가 가장 싸다는게 정설이다.

전문상가는 그러나 무자료거래가 횡행하는 곳이어서 하자있는 상품이
섞이기 쉽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백화점이나 가전업체의 특별 판촉행사를 잘 챙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혼수품과 결혼서비스상품을 일괄 판매하는 신세계백화점 부설 신혼생활관의
경우 봄 가을 각각 두차례 전시행사를 갖는데 이때 4일동안 전시되는 가전
제품은 공장도가의 80%선에 판매한다.

<> 예물 =전통적인 신랑 신부 예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반지와 시계는
여전히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진주 루비 등의 보석세트(반지 목걸이 팔찌 귀고리)를 추가로
구입하는 구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신세계백화점 류한근 신혼팀 과장은 "백화점매장의 경우 신랑은 0.3캐럿
짜리, 신부는 0.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반지를 사는게 일반적"이라며 "이 경우
신랑은 1백만원, 신부는 3백만원의 비용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론진 오메가 등의 예물시계를 보태면 비용은 2백만원정도
늘어난다.

백화점매장외에 예물상가로 유명한 곳은 종로5가 예지동 일대 귀금속도매
상가.

용산전자랜드 신관1층 마리아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강남보석상가도
전문상가로 각광받는 곳이다.

이들 전문상가에서는 다이아몬드반지 2부 제품을 29만원에, 3부제품을
73만원에 각각 살 수 있다.

세팅비는 별도로 20만~30만원이 든다.

또 로렌스 로만손 갤럭시 등의 예물시계를 25만6천~38만원에 판다.

<> 예단 =혼수간소화의 경향으로 현금으로 대체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현금으로 대체할 경우 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신랑측과
잘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단품목으로는 한복과 침구세트를 들 수 있다.

백화점 매장에서도 살 수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비싼 편이라
전문상가를 이용하는게 좋다.

종전 혼수용 침구세트 기본품목으로는 시부모용 요이불세트 침대커버세트
춘추차렵 여름누비이불 손님용 이불 등으로 구성됐으나 요즘은 침대커버세트
와 손님용이불만 사는 실속파 고객도 적지 않다는게 시장상인들의 얘기.

시부모예단(요 이불 한채, 베개세트)은 면 실크 등 소재에 따라 18만~6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침대커버세트는 15만~40만원선, 손님용 이불세트는 12만~25만원선이다.

한복은 보통 신랑 신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등 네사람 것을 사는 것이
보통이다.

남대문시장 혼수도매상가에선 물빨래가 가능한 화학섬유 한복을 15만~20만
원에, 실크소재 한복을 25만~40만원에 살 수 있다.

< 강창동.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