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협약이 일부 개정됐으나 기아그룹의 입지는 별로 달라지는게 없다.

개정협약의 발효시점이 이달부터인데다 소급될만한 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안 내용중 협력업체 진성어음에 대한 금융권의 환매청구유예조치가
허용돼 협력업체들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은 이달중 최고 6천억원의 진성어음에 대해
금융권의 환매청구를 유예받을 수 있게 됐다.

협약적용시한이 오는 29일인 만큼 이 기간중 만기가 돌아오는 진성어음
(기아그룹 발행)이 부도가 나더라도 협력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추석을 앞두고 기아협력업체들의 자금압박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기아자동차의 완성차 제작및 판매 수출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진성어음의 환매청구유예조치는 기아가 "협약종료후 부도처리나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선별정상화 또는 제3자인수과정에서도 현실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물론 금융권의 진성어음할인여부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특례보증 등을
활용하면 어음할인에는 별문제가 없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경영권포기각서및 주식처분동의서 제출을 부도유예협약
선결요건으로 삼은 것은 기아그룹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개정안은 경영권포기각서등의 제출을 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의 "의무"로
간주해 버렸다.

이 부분을 소급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재경원 은행감독원
채권금융기관들의 암묵적인 조율속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아의 부담은
커질수밖에 없다.

더욱이 협약종료후 계열사별로 선별정상화일정을 밟게될 경우에는 부도유예
또는 채무유예조치가 불가피한데 그때까지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약가입금융기관에 보험사를 포함시킨 것도 의식해야할 대목이다.

금융권이 대상금융기관을 늘려준 만큼 기아도 비슷한 수준의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