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불안이 이제는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외화부족 현상을 이유로 수출환어음 환가요율을 대폭 인상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의 수출인수도조건 환어음(DA)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수출비용 증가때문에 원화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확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채 수입가 상승과 환차손에 일반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1일 금융권과 수출업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최근 수출환어음 환가요율을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인 LIBOR(런던은행간금리)+1.0%를 넘겨 LIBOR+1.4%
까지 높였다.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나머지 대부분 은행들도 곧 환가요율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가요율 인상은 수출비용에 그대로 전가돼 수출업계의 원화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 경쟁력 강화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특히 각 은행들은 그동안 환가료를 할인받던 우량기업들에 대해서도 환가
요율을 올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경우 DA에 대한 환가요율을 종전
LIBOR+0.5 5%에서 LIBOR+0.7%로 인상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5~10대 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LIBOR+1%가 넘는 환가
요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일부기업들은 이미 LIBOR+1.5~2.0%의 금리를 적용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1억달러를 수출할 경우 수출환어음 네고에 추가로
들어가는 금융비용이 50만~1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권이 수출환어음 환가요율을 대폭 인상하고 있는 것은 신용도
추락으로 외화차입이 어려운데다 외화를 차입한다해도 금리가 높아 종전처럼
기업에 환가요율을 적용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해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외화부족은 수출환어음 인수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무보증 환어음인 DA의 네고가 안돼 수출을 하고도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현지법인에 대한 수출을 DA방식에서 LC(수출신용장)방식으로
전환하면서 LC개설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한부 수출신용장(유전스)도 국내은행과 네고를 포기한채 외국계
은행으로 넘기고 있다.

은행들은 이밖에도 수입국 은행들이 지급보증한 기한부 어음(유전스)에
대해서도 추심을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토록 하고 있어 기업의 수출자금회수
가 크게 늦어지고 있다.

부도유예를 받은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기아자동차의 경우
1억4천만달러 규모의 DA를 할인받지 못해 수출물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고 있는 상태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지원시기를 놓쳐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돼 수입가 상승과 함께 무역수지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호.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