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행이 지난 92년 발생한 신한인터내셔날의 2백50억원대의 사기사건과
관련, 외국은행과의 국제소송에서 승소했다.

또 제일은행은 부분승소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만호 대법관)는 29일 파리국립은행이 한일은행을
상대로 낸 수입신용장대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은행이 신용장 매입 당시
신의원칙을 위반한데다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한일은행은 5백45만달러에 이르는 이 사건 신용장 대금을 지급
하지 않아도 되며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서울고법 등에 계류중인 총 7천만
달러(5백7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내 6개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과의 유사
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은행이 신한측으로부터 선적서류를 매입할 당시
항공화물운송장이 위조돼 실제 상품이 선적되지 않은 허위거래라는 사실을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따라서 원고은행은 신용장
개설당시 보증을 선 국내은행에 대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청구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한인터내셔날 사기사건은 신한인터내셔날 서울본사가 홍콩지사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는 것처럼 제일은행 등 국내 6개 시중은행을 통해 신용장을
개설한뒤 홍콩지사를 통해 가짜 선하증권및 무역어음으로 소시에테제네럴은행
과 파리국립은행 캐나다 국립은행의 홍콩지점으로부터 2천9백19만4천달러
(한화 약 2백50억원)를 지급받은 뒤 부도를 낸 사건을 말한다.

당시 신한인터내셔날의 신용장에 서울 한미 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이 지급
보증을 섰으며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 6개 은행을 상대로 신용장 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진행중인 소송에서는 서울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전부 1, 2심에서 패소했으며 이날 대법원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국내 은행들은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총 7천만달러(5백70억원 상당)
이상을 물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일 뻔했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