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서림화랑에서는 28일부터 오는 9월5일까지
손이나 붓이 아닌 컴퓨터를 이용한 개인 작품전이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석(37) 계원대학 교수는 "이번 초대전은 컴퓨터와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한 것"으로 "컴퓨터 아트는 기계를 통해 인간 정서를 표현하는 미술의
새로운 장르"라고 말한다.

컴퓨터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현대미술의 훌륭한 도구라는 것.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 낼수 없는 섬세한 표현까지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사랑, 평화, 김치결혼식, 어린왕자, 전쟁을 멈춰라 등
2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들은 고도의 상징성과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게 특징.

단순한 색과 형태를 이용한 상징적 기호를 통해 일상의 평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각 작품에는 판화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제작번호와 서명이 새겨져 있다.

컴퓨터 아트는 무한정 복제가 가능한데 따른 것이다.

"50,60년대의 초기 컴퓨터 아트는 기하학적 구조와 수학적 정밀성 등
조형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엔 영상입력 애니메이션 디지털비디오편집 등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면서 개념미술과 설치미술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유학을 앞둔 지난 87년 미술의 표현영역을 넓혀보자는 생각에
컴퓨터에 입문했다.

뉴욕의 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면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도구로서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김 교수는 컴퓨터는 작품활동뿐 아니라 그의 일상생활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도구라고 들려준다.

그는 PC통신과 인터넷까지 넘나드는 당당한 네티즌.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가상 갤러리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 경향도 살피고
최신 그래픽 자료도 얻는다.

그는 인터넷에 자신의 갤러리를 꾸미는 작업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를 마련, 가상공간을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미술은 혼자 즐기는 호사가의 취미생활이 아니라 많은 관람객들과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수단이란게 그의 지론이다.

< 유병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