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검토도 안된 정책방향이 흘러나와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는가 하면
명분만 앞세운 강성조치로 경제의욕을 떨어트려 놓고 있다.

부처간의 갈등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속절없이 미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재정경제원은 28일 시행된지 4개월밖에 안된 부도유예협약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일어 주가가 급락하고 한때 금리와 환율이
들먹거리기도 했다.

특히 재검토 방향과 관련, 재경원은 법제화할 수도 있고, 보완할 수도
있고, 폐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막연하게 밝히는가 하면 실국간에 서로
다르게 방향을 설명, 금융권의 불안을 더욱 자극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기관간의 자율협약을 재경원 주도로 만들어놓고
운용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신중한 검토나 협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없애
겠다고 밝히는 것은 관치금융의 구태를 재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최근에 제시한 금융시장안정책도 금융시장보다는 재경원의
자존심만을 내세워 사실상 도움이 되는게 없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련정책들도 사실상 현실성이 약한 강성조치들로 일관,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함께 교통세와 유류특소세 인상, 기존 한국통신주식 해외판매 연기
여부, 부동산매각 때 관련세금 감면대상의 범위 등과 관련해서도 재경원
실국간에 의견이 엇갈려 정책방향을 발표해 놓고도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경제부처 간에도 마찬가지여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처리
방향을 놓고 관련부처가 몇개월째 입씨름만 거듭하고 있다.

소매점에서의 의약품 판매, 설계시장 개방, 농산물 직수입확대, 목적세
통합 등 민생과 관련된 개혁안도 말만 꺼내놓은뒤 관련부처의 반발로 진행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금융실명제 보완, 중앙은행제도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은 국회에
붙잡힌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이같이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는 이유를 정권말기의 누수로
풀이하고 있다.

기관장들은 자기자신을 관리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실무부서간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금융 등의 상황이 악화돼 적은 충격에도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정부는 작은 정책도 신중하게 검토해 대응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