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도 상속의 대상이 되는가.

또 낙태를 할 경우 재산상속에 유리하다는 생각없이 낙태가 이뤄졌다면
태아의 어머니는 과연 상속을 받을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이 경우 어머니는 상속을 받을수 없다.

운전사인 남편 조모씨와 결혼한지 5개월되는 김모씨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3개월의 태아를 임신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김씨는 신체적
쇠약과 태아를 출산할 경우 아버지가 없는 결손가정에서 키우게 된다는
사실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낙태수술을 받았다.

조씨의 재산은 민법에 따라 호주상속인인 김씨와 조씨부모에게 각각
2분의 1씩 승계토록 했다.

그러나 조씨 부모들은 김씨의 낙태가 고의로 상속대상자를 살해한 것으로
상속결격사유에 해당된다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고의로 직계존속이나 피상속인, 그 배우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는
자는 재산상속인이 되지 못하며 태아는 재산상속에 관해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사건을 맡은 1심법원은 낙태라는 범행이 상속결격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살해의 고의성" 외에 "낙태로 인해 자신이 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도
함께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해 조씨 부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법원은 김씨를 낙태를 하지 않았더라도 김씨는 태아와 공동상속인이
돼 김씨의 재산상속분은 2분의 1로 낙태한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
이었다.

즉 김씨는 오로지 장차 태어날 아기의 장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낙태를
한 것이지 재산상의 실익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닌 만큼 상속결격자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상속결격사유에는 "살해의 고의"만 있으면 되고 이 고의
에는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은 필요하지 않다고 원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민법규정은 후순위자가 돼 상속을 받지 못하는 직계존속이나 그 배우자를
살해한 경우도 그 범죄인을 상속결격자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상속결격요건에
범행으로 인해 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은 없어도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어떤 사람의 유산을 그 사람과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상속시키는
이유는 이들간에 경제적, 윤리적인 결합관계가 있기 때문이며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질러 이 공동체를 깨뜨린 부도덕한 자에게는 상속권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었다.

상속재산 전부를 받을수 있다고 판단착오를 일으켜 상속권자가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후에 재산상의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상속권자의
지위를 회복할수 있는 가능성마저도 배제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